취업난에 시달리다 ‘마약’ 제조해 판매한 청년...어긋난 ‘열정’ [시선톡]

[시선뉴스 심재민] 장기화 되고 있는 청년 취업난은 단순히 하나의 현상을 넘어 다른 사건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해 문제가 된다. 가정의 불화, 자살, 사기, 절도 등...그리고 최근에는 취업에 실패한 30대가 돈을 벌기 위해 전문적으로 마약을 제조해 판매하다 적발돼 심각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3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필로폰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황모(32)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필로폰 500g, 무려 시가 16억 원어치을 만들어 49명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가 만든 500g의 필로폰의 양은 1만6666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정도여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경찰 조사결과 황씨는 연이어 취업에 실패하다 이 같은 범죄를 저질러 안타까움을 산다. 그는 2011년 서울의 한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연이어 취업에 실패했다. 그래서 생활비를 벌려고 이태원에 작은 목공예 공장을 차려 가구를 만들어 팔기도 했지만, 이 역시 녹녹치 않았다. 그렇게 생활비 마련조차 어려웠던 황씨는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을 이어가다 귀담아 듣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군가 “마약 장사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한 말에 귀가 솔깃한 것이다.

그렇게 황씨는 돈을 벌기 위해 옳지 않은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해 5월 화학과 약학 관련 서적을 읽고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마약 제조법을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어긋난 열정은 단순한 제조법 익히기에 그치지 않았다. 독학한 지 3개월 만에 감기약에서 필로폰 원료 물질인 ‘슈도에페드린’을 추출한 것은 물론 거기에 화공 약품 10여 가지를 섞는 실험까지 감행했다. 그리고 효과를 알아보려고 수십 차례 자기 몸에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고 마침내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8월 독학한 지 3개월 만에 첫 필로폰을 만들어냈다.

그 후 황씨는 목공예 공장에 방독면과 각종 과학 실험 장비, 대형 환풍기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필로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 49명에게 필로폰을 판매하다 마약 밀매를 수사하는 경찰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황씨의 사건이 보도되자 그가 ‘필로폰 전문가’가 된 과정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경악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장기 취업난에 연이어 취직에 실패하고 가구 사업까지 변변치 않자 필로폰을 제조해 판매한 과정이 장기 불황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취업이 어려운 모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황씨의 범죄 행각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취업난은 청년들의 정당한 취업 의지를 변질 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우선적으로 경제난이 해소되어 꽉 막인 취업난도 함께 뻥 뚫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 대한 여러 지원은 물론 올바른 직업에 대한 의식 제고 프로그램도 함께 병행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될 청년들의 열정이 제대로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