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올해로 12살인 첫 조카가 6살 때의 일이다. 당시 누님의 부탁을 받고 조카를 데리러 가던 날이었다. 유치원 통학차량에서 내리던 조카를 픽업하러 다가서는데, 유치원 통학 교사가 의심스러운 눈치로 누구냐고 묻는 것이었다. 매일 누님이 픽업을 나갔기에 삼촌인 필자는 낯설었을 것이다. 삼촌이라는 여러 번의 대답에도 좀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던 보육교사. 결국 누님과 확인 전화를 시켜준 후에야 어렵게 조카를 안아볼 수 있었다.

당시 보육교사의 의심을 거두지 않던 태도에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조카를 안고 누님 댁으로 향하면서 ‘만약 누군가 자신이 삼촌이라며 조카를 안고 가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불쾌했던 기분은 해당 유치원에 대한 신뢰로 바뀌었다. 자신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진/영화 '그놈목소리' 스틸컷]

이러한 맥락으로 아이에게는 24시간 보호가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그 역할을 하지만 유치원/ 어린이 집 등 보육 시설에서는 보육교사가 그러한 보호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 중이던 초등학생 여아가 삼촌 행세를 하던 낯선 남성의 손에 이끌려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지역아동센터의 허술한 아동관리 시스템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10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2시30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한 지역아동센터에 지적장애 3급 장애인 김모(20)씨가 찾아왔다. 김씨는 해당 지역아동센터 내에서 학습을 하던 초등학교 1학년 A양(8)의 삼촌 행세를 하며 관계자들로부터 A양을 인계받아 자신의 원룸으로 데려갔다. 범행에 앞서 김모씨는 앞서 오후 1시쯤 학교를 마치고 지역아동센터로 가던 A양에게 이름과 보호자가 누구인지 등을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김씨가 A양을 데려가고 약 2시간 후, A양의 할머니가 A양을 데리러 왔고, 삼촌이 데려 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에 할머니는 김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자 아동센터는 그제 서야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다행히 A양은 수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당일 저녁 김씨의 원룸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는데, 성범죄 등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별다른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어떻게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일까.

지역아동센터 측은 "김씨가 A양의 집안 사정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데다가 자신의 동생을 센터에 보내고 싶다며 상담까지 해 속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가정 사정으로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해 통상 할머니와 함께 귀가하는 A양을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낯선 사람에게 인계한 것은 과오라고 인정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은 아이를 부모의 품에 안길 때까지 대리 보호자이다. 따라서 내부 뿐 아니라 외부의 요인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이 벌어진 지역아동센터는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가정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가 적지 않다. 그만큼 다른 시각으로 해당아이에 대한 보호자 역할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벌어진 아동센터의 보육교사가 6년 전 필자의 조카가 다니던 유치원 교사처럼 보호적 의심을 가했다면, 이러한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에 대한 보호가 사건, 사고 등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국의 법규 마련은 물론 사회적 의식이 제고되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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