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성현] 미국 제 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반 이민 행정명령에 서명을 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리고 있는 행정명령은 미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대통령 고유의 행정집행 명령 권한으로 이는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지니며 연방부처는 행정명령을 근거로 법규와 규칙을 제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행정명령은 해당 대통령 임기 내에는 유효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회를 통과한 법과는 다르며 따라서 트럼프가 시행하는 행정명령은 의회의 승인을 거칠 필요가 없이 바로 발동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발동한 반 이민 행정명령은 테러 위험국 출신 이민자들을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보고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90일간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90일 동안 비자 발급과 난민 인정 절차를 재검토하고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에 한에서만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포함된 국가는 시리아, 이라크, 이란, 리비아, 수단, 예맨, 소밀리아로 총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이 입국 중단 대상이 되었으며 행정명령이 발동되면서 무슬림 수백 명이 외국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 탑승이 거부되기도 하고 미국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억류되기도 했다.

또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입국 중단 대상자는 이 7개 나라 국민이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에게도 적용되고 모든 난민 수용을 120일간 멈추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이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입국이 허용된 외국인에 의한 테러 공격에서 미국인을 보호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은 국내외의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먼저 30일 CNN에 따르면 법무장관 대행을 맡던 샐리 예이츠 법무부 차관은 이날 '반 이민' 행정명령 관련 소송에서 정부를 변호하지 말라고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법무부가 행정부 변호를 포기한 것을 의미하는 바이다. 예이츠 차관은 "이번 행정명령이 합법적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예이츠는 법무부를 배신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그를 전격 경질했다.

또한 외교 전문지 포린폴린시(FP)에 따르면 “국무부 소속 외교관 수백명이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 외교관들은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어떤 사람도 출신 국가와 종교를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미 외교관들의 집단 반발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는 외교관들은 떠나라”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하지만 현재 외교관들은 국무부의 공식 소원수리 채널로 연판장을 돌리고 있어 이들을 강제로 쫓아낼 방법은 없다.

퇴임 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냈다. “미국의 가치가 위태로워졌다”며 “트럼프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아무리 테러에 대응한다고 해도 특정 신념을 가진 모두에게 혐의를 두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며 트럼프를 직접 비판했다.

이외에도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더 있다. 첫째로 입국 금지 국가 7개국을 선정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실제 911 테러범 출신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람에미리트(UAE), 레바논이 빠져있다. CNN은 선정된 7개 국가 출신의 난민이 1980년 이후 미국 내 테러 사망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파트너인 나라들을 빼준 것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트럼프는 이집트에 2개, 사우디에 8개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고, 또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는 트럼프 소유의 기업이 골프장 2개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이란 정부는 “모욕적”이라며 미국인의 이란 입국을 금지했다. 이라크 등 다른 국가들도 강경조치를 취할 태세다.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반대 성명을 내고, 15개주와 워싱턴DC 법무장관들은 “헌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뉴욕 시카코 등 39개 도시와 364개 카운티는 불법 체류자를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욕 JFK공항 등에서는 시위가 이어졌다. 또한 스타벅스는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난민 1만 명을 채용하겠다며 반발했다.

한편 미국내 무슬림 단체를 비롯해 이번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이슬람 권익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의 적용대상인 이민자 20여명이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뉴욕 JFK 공항에 억류된 이라크인 2명을 대신해 정부를 제소했다.

나아가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미국 내 15개 주와 워싱턴 D.C.의 법무장관들도 성명을 통해 이번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규탄했다. 30일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주정부 차원으로는 처음으로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소송에 나서면서 본격 무효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한 많은 비판과 시위에도 불구하고 ‘바닥 민심’은 트럼프 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수 성향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행정명령에 찬성했다고 한다. 반대는 33%, 무응답은 10%였다. 공화당 지지자의 찬성률은 82%에 달했고, 무당파(59%)와 민주당 지지자(34%)의 찬성률도 낮지 않았다.

 

현재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진보 성향 대도시에서는 행정명령 반대를 위한 시위가 벌어졌지만 트럼프 지지층이 두꺼운 중서부와 남부의 중산층과 근로자들은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숨은 지지자 (shy Trump)’가 많았던 것처럼 트럼프의 극단적인 이민정책에도 숨은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자국의 안전과 이익을 내세우며 시행한 이번 조치는 미국을 위해서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소수의 테러범을 잡겠다고 무슬림 전체를 배척한다면 미국에 대한 무슬림의 적개심이 오히려 커져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이자 이민으로 번영이 시작된 나라 미국,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진형의 선두를 달리던 미국이 추구하던 가치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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