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pro] ‘조디’가 8살 때의 일이다. FBI 수사관이었던 ‘조디’의 아버지는 범인 ‘베르무트’를 조사하고 있었다. 이를 알아차린 베르무트는 조디의 집에 잠입해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했다. 그리고 범행현장을 정리하며 피해자의 안경을 집어든 순간, 조디가 나타났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아빠 안경이네요.” 베르무트는 별다른 생각 없이 조디 에게 맨손으로 집어든 안경을 건냈다. 그리곤 집을 모두 불태웠고, 아이와 안경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명탐정 코난 中 한 장면)

위 명탐정 코난의 살인사건의 경우, 범인 베르무트는 먼 훗날 검거되고 만다. 이유는 조디가 불을 피해 무사히 피신했고 그녀의 손에는 유일한 증거인 아빠의 안경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잡기위해 조디는 FBI가 되었고, 베르무트의 지문이 찍힌 아빠의 안경은 커다란 검거에 실마리가 되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범죄 현장에 찍힌 ‘지문’은 실제 사건에서도 범인 검거에 커다란 증거가 된다.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닌 지문은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양기름유출 사건’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수사 기법이 쓰인다. 바로 ‘유지문법’이다.

바다 생태계 오염의 원인인 해양 기름유출의 경우 당사자에게 처벌이 가해진다. 하지만 사고로 기름을 유출하거나 악의적으로 폐유를 흘려보내고 도망가는 사례가 있어 검거에 장벽이 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 이 ‘유지문법’이라는 과학수사가 도입되어 실제 많은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유지문법은 말 그대로 ‘기름의 지문’을 이용한 과학수사 기법이다. 기름의 지문이라면 의아 할 수 있지만, 이 처럼 명명된 이유는 기름이 지문처럼 제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에 따르면, 원유 또는 석유제품은 고유의 특성이 있다. 마치 지문처럼 말이다. 원유인 경우에는 생산지에 따라 탄산수소 함유량 등 고유한 특징이 있고 석유제품 역시 원유의 특성이나 생산 공정, 시기 등에 따라 차이점이 발생한다. 심지어 생산 시기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선박의 연료탱크 내에 남아있는 잔류물의 함량에 따라 구별되기도 한다.

이를 근거로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분석해 고유한 특성을 판독하여 인근 선박, 해당 항로를 지나간 선박의 적재 기름과 비교/분석해 기름 유출 선박을 가려내는 것이 바로 유지문법이다.

그런데 과연 유지문법이 정말 검거로 이어질까? 그렇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5년 7월 아름다운 여수 앞바다에 2톤가량의 원유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용의 선박이 도주해 미제로 남을 뻔 했지만 유지문법 수사를 활용해 인근 선박 Y호를 검거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남 보령의 기름유출 사건 역시, 겨울철 새벽 시간에 발생한 사고여서 항구 내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사고정보 수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유지문법 과학 수사를 통해 지난 13일 인천 선적 예인선 A호를 검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양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기름 유출 사건에 커다란 실마리가 되어주는 ‘유지문법’. 해경은 우리 바다의 오염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내 뿐 아니라 수입 원유 및 선박의 기름과 선저폐수에 대한 유지문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유지문법 기술이 더욱 발전해 아름다운 바다가 비양심으로 오염되는 사건을 방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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