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광윤 칼럼니스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제야 끝났다. 오는 20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예정인데, 여-야 간의 권력투쟁으로 한 달 가까이 국정이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국력 낭비가 단순히 정부 출범 초의 줄다리기에 불과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앞으로 이런 일들은 숱하게 일어날 것이다. 게다가 작년에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국회법이 개정되어 야당과의 타협 없이는 정부․여당의 뜻대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거의 없다.

   요컨대 투쟁에 익숙한데다 관련 법률까지 야당에 유리한지라 의석수와 상관없이 박근혜 정부가 소신껏 일하기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박근혜 정부는 가까스로 정상적인 출범을 하게 되었지만, 출발 자체가 늦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각 부처의 후속 인사를 마무리하고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방향이 공직 사회에 넓게 퍼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정부나 국회의 경험이 없는 장관의 경우에는 당분간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부 조직의 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이런 기능적인 측면이야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반 정치 상황은 박근혜 정부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당장 4월의 재․보선이 관건이다. 해당 선거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정부 출범 초에 실시되는 선거라서 그 결과가 국정 운영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사표를 던져 놓고 있어 향후 정국에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만일 안 전 교수가 당선된다면 야권의 재편은 물론, 여-야 간의 역학관계에도 커다란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물론 안철수 전 교수는 여전히 우량주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단기필마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치를 좌우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의 석연치 않은 언행들에 대해서도 미심쩍어 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특히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이 사실상 파행으로 끝남으로써 안 전 교수가 야권의 대표성을 획득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기존 정치권을 향하여 늘 ‘바른 말’을 하는 등 이상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는 반면에, 정치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현실성은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교수의 신선한 이미지, 그를 지지하는 젊은 세대의 열기와 야권의 지리멸렬은 안 전 교수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주는 요인들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답답함이 지속되면 유력한 차기 주자 중의 한 명인 안 전 교수에게 더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연성 부족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향후의 정국이 원활하게 전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교수가 특유의 양비론을 들고 나오게 되면 그에게 후한 점수를 줄 공산이 크다.

   아무튼 4월 재․보선은 ‘안철수 전 교수의 국회 진입’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안 전 교수가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안 전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이 여론의 관심을 촉발할 것이고, 이것은 인기를 전유(專有)함으로써 국정을 주도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대단한 정치적 부담이다. 이어서 ‘안철수 신당’의 출현 여부에 여론의 관심이 쏠릴 것이다. 안 전 교수가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신당 창당은 불가피한 일이다. 아마도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그럴듯한 명분과 모양새를 취하려 할 것이다.

   말하자면 ‘안철수 발(發) 정계 개편’ 바람이 대한민국 정국을 강타할 조짐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이 바람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정국 주도권이 안철수 전 교수에게로 넘어갈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5월에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방선거 결과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할 수가 없지만, 박근혜 정부의 순항 여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날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나라 안팎의 사정으로 볼 때 웬만큼 잘 하지 않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호평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와 같은 시간표와 정치 상황을 감안하건대 박근혜 정부가 5년 내내 성공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내년 1/4분기까지의 1년을 잘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겠다는 발상은 금물이다. 오히려 이 정부의 국정 철학을 견지하면서도 보다 유연하고 탄력성 있게 국정을 운영하는 지혜가 요망된다. 야당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되 어느 정도는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과 성의 있는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애로사항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이 정부와 함께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직․간접적인 국정의 파트너들과 얼마나 ‘좋은 거버넌스’를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필요한 리더십의 덕목은 당연히 정치력이다. 정치력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되 때로는 설득력을 통해 자신의 방향대로 끌고 가는 힘과 함께, 때에 따라서는 원칙과 상식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양보하는 미덕까지를 포함한다. 나아가 우리 국민들에게 공감과 감동의 메시지를 수시로 전달하는 역량 또한 정치력의 소중한 요소이다. 이명박 정부가 외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낮은 평가를 받은 데는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이 큰 몫을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박근혜 정부에게는 어려운 일들이 많이 닥칠 것이다. 언론도 초기의 밀월관계를 점점 청산하고 언론 본연의 자세를 취하려 들 것이다. 때로는 과도한 비판도 서슴지 않을 게 분명하다. 여기에 너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과 큰 흐름을 잘 감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정공법과 우회 전술을 함께 구사해야 하리라. 큰 그림을 통찰해야 할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일이고, 다른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얼마나 큰 용기와 지혜를 갖추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아마도 야권과의 사이에서 가장 날카로운 대립각은 대북정책일 터이다. 야권의 주류는 이른바 ‘햇볕정책’의 충실한 계승자들이다. 심지어 야권에는 햇볕을 넘어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소수의 좌파 민족주의자들이 있다. 소수이지만 야권에서의 영향력은 지대하여 민주당도 이런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경향이 짙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국제 사회뿐만 아니라 새 정부를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과거처럼 남남 갈등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 또한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의 원칙론을 굳게 지키면서도 햇볕파들을 어떻게 견인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시간표는 결코 여유롭지 않다. 지금부터 향후 1년 동안의 시간표를 잘 점검해서 내년 지방선거 때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시행착오가 통용되기가 어렵다. 그동안 노정된 시행착오들을 깊이 성찰하여 두 번 다시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한다. 그 중에서도 인사 풀(pool)의 협소, 인사 검증 과정의 소홀, 국정 의제 처리 과정의 미숙, 여당과의 수평적인 대화의 빈곤, 감동적인 대국민 메시지의 부족 등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일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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