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디자인 이정선 pro] 예부터 우리나라는 흔히 ‘구정’이라 불리는 음력설을 큰 명절로 축제처럼 보냈다. 설날을 보내는 세시풍속 중 새해를 맞이하여 설날에 갈아입는 새 옷을 ‘설빔’ 또는 ‘세장(歲粧)’ 이라 한다.

 

설날은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에 지난해의 묵은 것을 다 버리고 새 출발을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의 의미도 함께 있다. 설빔의 어원은 설날에 설과 ‘꾸미다’ 라는 의미를 지닌 고어 ‘빗다’의 명사형인 빔과 합쳐져 ‘설빔’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설빔을 마련하기 위해 집안 여자들은 밤을 새워 옷감을 짜고 바느질을 해 섣달 그믐께에 모든 옷을 완성한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기 전 새 옷인 설빔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설빔은 나이와 처신에 맞게 마련하였다. 먼저 아이들은 집안의 희망이고 미래의 자산이라는 의미가 커 머리에 쓰는 검정색 복건부터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는 물론이고 버선에 신까지 곁들였다. 남아의 경우 색동두루마기와 오방을 상징하는 오방장두루마기는 최고의 설빔 중 하나였다. 여아는 노랑 저고리-분홍치마가 상징이였으며 뱃씨를 넣고 머리를 곱게 땋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는 굴레를 씌어 방한과 예절을 갖추기도 했다.

반가에서는 무늬가 있는 비단으로 설빔을 마련했으나 일반 가정에서는 명주로 옷을 만들었다. 그조차도 마련할 수 없는 집이라면 무명옷에 옷고름 색을 홍색 또는 청색으로 달아 가슴 한 바퀴를 돌려 맸다. 홍색의 의미는 ‘관직’을 잘 받으라는 의미고 청색의 의미는 ‘혼인’ 운을 잘 받으라는 의미다.

설빔에는 특히 ‘홍색’, 붉은 색을 주로 사용했는데 붉은색은 부귀와 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벼슬에 오르기를 염원한 사람들의 멋과 소담한 소망을 담은 표현 수단이었다. 또한 희망과 번창과 건강 및 벽사를 상징하는 색이다. 특히, 임금이나 왕비 등 나라의 가장 웃어른들의 옷에는 매일 입는 일상복에도 쓰였으며, 관리들에게는 관복이나 특별한 행사에만 허용되었다.

설빔은 일반 백성들은 물론 왕실까지도 묵은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길운을 염원하는 소망의 매개체였다. 이러한 의미는 오늘날에도 전승되어 설날에 한복을 차려입고 웃어른을 찾아뵈거나 세배를 한다.

설빔의 의미가 예전만큼 강하진 않지만 새해를 맞이하여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 정성스레 마련한 각자의 설빔으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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