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김지영 인턴/ 디자인 이정선 pro] “돈 없는 너네 부모를 원망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SNS에 남겼던 이 말은 지난해 큰 화제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금수저와 흙수저로 사회계급을 나누고 있다.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자조적 표현의 신조어이다. 하지만 소위 이른바 이런 금수저들의 만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난동을 부리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한 중소업체 아들, 고급술집에서 종업원에게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입건된 대기업 오너 2세, 그 유명한 땅콩 회항사건까지. 부유층 자제들의 비도덕적인 행태는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를 그대로 보여준다.

 

노블레스 말라드는 프랑스어 ‘noblesse(고귀한 신분, 귀족)’와 ‘malade(병든, 아픈)'가 합쳐진 말로 병들고 부패한 귀족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도덕적인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반대개념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도덕적 의무를 다하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달리 노블레스 말라드는 약자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권력에 유착해 각종 부정부패에 가담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정보력, 자산 등 다양한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나아가 국가운영과 공공 영역까지 왜곡시켜 국가정책의 선순환구조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국가의 흥망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 노블레스 말라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 각국은 지금 노블레스 말라드로 신음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지난 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공개한 조세회피처 자료를 들 수 있다. 이는 1,150만 건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였다. 조세회피처란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15% 이하인 국가와 지역으로 각국의 전현직 정상과 세계적 스타들이 탈세 또는 돈세탁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매형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며 20억 달러를 차명으로 거래하는데 관여한 것이 드러났다. 또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아버지가 관리하는 펀드 블레어 홀딩스를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등록 및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이렇게 노블레스 말라드가 만연한 원인으로 빠른 근대화가 제기되고 있다. 근대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우리사회의 권력 계층들은 높은 지위에 오르기까지 시험, 성적, 업적 중심으로 민주적 사고방식, 청렴 등의 가치는 존중받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나눔과 배려에 대한 도덕적 가치 대신 한국식 ‘천민자본주의’와 ‘졸부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들은 권력과 재력만 있으면 횡포를 휘둘러도 된다는 사고를 갖게 되며 도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덕 불감증이 만연하다.

노블레스 말라드가 심화될수록 엘리트와 부유층을 제외한 사회 구성원들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기보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 결과 계층 간 갈등은 심화되고 사회 분열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교육시스템의 전체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과정에서 도덕적 덕목들을 훈련받을 수 있게 교육과정에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등의 도덕적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입시경쟁 등 경쟁적인 분위기를 완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든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도층의 노블레스 말라드는 경계의 대상이다. 그들의 재산, 권력은 결국 공동체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이를 명심하며 노블레스 말라드가 만연한 나라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않길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