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디자인 이정선 pro] 베트남 중부의 빈호아라는 마을 입구에는 독특한 비석이 하나 있다. 비석의 비문에는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이 비석의 이름은 한국군 증오비. 이 증오비는 1966년 베트남 전쟁 당시 이곳에서 대한민국 국군이 주민 430명을 학살했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 마을에서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1960년에 시작하여 1975년에 끝난 베트남 전쟁에 투입된 우리 군은 32만 명이다. 한국군에 의해 죽은 베트남인은 4만여 명에 달하고 이중 민간인 학살 사례가 80여 건, 사망자 9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호아 마을은 80여 건의 민간인 학살 피해 마을 중 하나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는 2014년 베트남 평화기행에서 이러한 희생자들을 직접 만나게 됐고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희생자인 어머니들과 이름도 없이 죽어간 무명의 아이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베트남 피에타를 만들게 됐다.

피에타라는 말은 지상의 생을 마감한 예수 그리스도를 비통한 표정으로 품에 안고 있는 마리아상을 뜻한다. 이탈리아어로는 ‘슬픔’ ‘비탄’이라는 의미다. 이 조각상의 베트남어 이름은 ‘마지막 자장가’다. 이들이 더한 고통 없이 평온한 잠을 잘 수 있도록 ‘마지막 자장가’를 들려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작품에는 한국 정부가 아직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베트남 민간인들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 역시 담고 있다.

조각상에서 어머니인 여자의 어깨에 내려앉은 나비의 의미는 어머니와 아기의 환생으로, 궁극적으로는 세계 평화의 염원을 담았다. 또한 베트남을 상징하는 동물인 물소와 베트남의 국화인 연꽃은 공통적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바람과 구름은 천상의 세계를, 새와 야자수는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했다.

조각상은 학살 피해 지역인 베트남 빈호아 마을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 두 곳에 세워진다.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자 일본은 항의 표시로 주한 일본대사 나가미네 야스마사를 귀국 조치 시켰다. 작은 소녀상이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위로와 사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의미하는 베트남 피에타. 이것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될 수 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우리의 사죄의 마음이 닿아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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