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 디자인 이정선 pro] 2015년 7월 23일 대법원의 판결이 법조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앞으로 형사 사건에 관하여 체결되는 변호사 성공보수금 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민법 제 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구분된 변호사 보수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대법원은 “전관예우·유전무죄 근절”의 기회라고 발표했지만 변호사들은 성공보수금의 무효로 “착수금 상승·웃돈 관행화”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은 서울지방변호사회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시간제 보수 약정 등 성공보수 약정을 대체할 4가지 유형의 새로운 형사사건 수임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시간의 흐름이나 단계별로 얼마씩 받는다든지, 변호사의 업무 내용을 여러 항목으로 분류해 항목별 금액을 받는다든지, 전체 수임료를 정하고 의뢰인 사정에 따라 분할해서 받는다든지 하는 안이다.

그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시간보수제인 타임차지제도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변호사 보수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선 계속적인 법률 업무를 지속해야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대형 로펌에서 주로 시행하던 제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 변호사 사무실이 늘고 변호사를 이용하는 개인이 늘어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간제 보수가 정착됐다. 일한 만큼 합리적 보수를 받고 그에 맞는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성공보수 약정은 극히 예외적으로 형사사건에서는 변호사의 비윤리적인 사건 진행을 방지하기 위해 성공보수 약정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대법원 판결 전, 국내에서도 시간제 보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2006년 대한변협은 '변호사 실무제요'를 펴내면서 부록으로 시간제 보수와 관련된 사건위임계약서의 표준 서식을 만들어 기존 고정보수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사건 처리에 소요된 일체의 시간(상담·연구 및 출장시간 포함)에 자체로 정한 시간당 보수율을 곱해 산출한 금액을 수임료로 정하도록 돼 있다. 의뢰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일정액을 선금으로 받은 다음 사건을 진행하고 선금 액수만큼의 타임 차지가 모두 소모되면 예상초과 금액을 추가로 예치하도록 명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의뢰인과 변호사가 합의하면 성공 또는 실패에 따라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특약사항으로 기재하도록 권고했다.

미국의 경우 고객이 타임차지 비용이 과다하다며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 로펌 내부에 일반적으로 '빌링 어터니'(billing attorney)라고 각 변호사마다 작성한 타임시트의 내역이 적절한지를 검토하는 변호사가 따로 있다. 이들은 고객에게 타임차지 비용을 알려주기 전에 자체적으로 적절하게 비용이 산정되었는지,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그리고 비용이 과다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으면 빌링 어터니와 파트너 변호사가 더 삭감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가능하다면 삭감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간을 끌면서 수익을 올리는데만 급급해 의뢰인들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경우 빌링 어터니 역할을 하는 변호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의뢰인이 증거확보에 협조적이어서 소송 진행이 원활하였던 경우 등 담당변호사의 판단으로 일정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는 정도가 제공된다.

정운호 게이트로 다시 한 번 변호사들의 고액 수임료와 전관예우가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법조계의 나쁜 관행으로 남아있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무효화한 성공 보수금. 그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타임차지제도인만큼 바르게 정착되어 돈 때문에 억울하게 법률의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