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pro] 지난 2012년, 전 세계에 한국 가수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그의 춤을 국제적 유명인사 따라 추는 등 그야말로 지구촌 붐이 일었다. 바로 싸이가 발매한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이 곡은 2012년 미국 빌보드 차트 2위에 7주간 랭크되는가 하면, 2014년에는 유튜브 최초로 조회수 20억 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렇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린 자랑스러운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 진기록이 수립된 이후 한국인의 자긍심은 높아졌다. 세계에 통한 음악이 한국의 문화라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 과도한 행태가 지적되기도 했는데, 바로 외국인을 만나는 자리에서 여지없이 나오는 “두유노 강남스타일”이라는 질문이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를 알고있냐?”라는 이 질문은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친 후 외국인 인터뷰의 공식 질문이 되다시피 했는데, 특히 2012년 10월 미 국무부 브리핑 자리에서 한국의 한 기자가 이 생뚱맞은 질문을 해 국제적인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과도하게 한국의 문화에 푹 빠져 극도로 찬양하는 일색을 일컫는 신조어가 있다. 바로 ‘국뽕’라는 말로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합성어이다. 이는 말 그대로 “국가에 과도하게 취해있다.” “비이상적으로 푹 빠져 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국뽕 현상은 앞서 강남스타일의 예처럼 최근 한류 문화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디워>나 <설국열차>처럼 외국 시장을 타겟으로 제작되는 작품에서 과도하게 ‘한국’을 거론하며 애정을 쏟는 경우가 지목된다. 특히 설국열차의 경우 ‘한국인’을 강조한 수많은 기자의 질문에 배우 ‘틸다 스윈턴’은 “국적 이야기는 그만 물어봐 달라”고 지적했을 정도이다. 이러한 현상에 일각에서는 <국뽕열차>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국뽕은 최초로 한국사 분야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전혀 근거 없는 “한국이 XX문명의 기원이다.” “XX나라의 왕조는 사실 대한민국을 두려워했다.” 등의 소설을 마치 사실인양 올리는 세태에 대한 비난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국뽕은 애국심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다. 애국심은 진정한 자신감과 자긍심에서 비롯되는 반면 국뽕의 내면에는 불안함이 내포되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뽕은 그자체로 한국의 위치에 대한 ‘불안함’, ‘열등감’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에 대한 진정한 우월감이 없기에 단편적인 하나의 사건이나 작은 사건을 두고 일파만파 알리고, 강조하고, 부풀리기를 통해 그 불안함을 채우려는 행태인 것이다.

물론 고국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안에 진정성이 있는지 그리고 단편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것이 수반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자만’, 즉 ‘국뽕’은 자칫 국격을 훼손하고 비웃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위상이 더욱 두텁게 세계 속에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침착하고 진중한 올바른 애국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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