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 에디터/ 디자인 이정선 pro]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말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배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현역 원로 배우이자 전국 노래자랑의 진행자 송해 다음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현역 연예인인 이순재다. 대학시절부터 연극무대에서 경력을 쌓으며 지금까지도 빈틈없는 자기관리와 신념으로 후배 배우들은 물론 동료배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런 그가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이하여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무대에 다시 섰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배우들 못지않은 열정을 내뿜는 그의 연기 60년 인생을 되돌아보자.

‘세일즈맨의 죽음’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며 1949년 초연 발표 이후, 연극계 3대상인 풀리처상, 연극비평가상, 앙투아네트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다. 이순재는 이 작품을 1978년에 처음 만나 무대에 올랐다. 이후 2000년 배우 윤소정과 파트너가 되어 공연하고 김명곤 전 장관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한국 버전으로 각색했을 때, 그리고 이번 60주년 공연으로 4번째 윌리 로먼을 연기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평범한 개인 ‘윌리 로먼’을 통해 무너진 아메리칸드림의 잔해 속에 허망한 꿈을 쫒는 소시민의 비극을 그린 것으로 이순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의 의미와 정서가 더욱 다가오는 것이 많다며 더 원숙하고 정밀한 표현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현 작가’

작가나 감독에겐 자신의 작품을 표현해줄 배우, 페르소나가 있다.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등 직설적인 대사와 가족 이야기라는 대중적인 소재로 40여 년간 드라마를 집필한 김수현 작가의 대표적인 페르소나 배우가 바로 이순재다.

김수현 작가와 이순재가 함께한 드라마는 MBC ‘배반의 장미’, MBC ‘사랑이 뭐길래’, KBS2 ‘목욕탕집 남자들’, JTBC ‘무자식 상팔자’, SBS ‘그래, 그런거야’ 가 있다. 특히 MBC ‘사랑이 뭐길래’에서 이순재가 맡은 대발이 아버지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최고 시청률 64%를 기록했다. 이순재는 이 드라마의 인기 덕에 1992년 민주자유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까지 한다.

이처럼 둘의 사이는 매우 각별하다. 이순재는 김수현 작가에게 ‘선생’이라는 칭호를 붙이며 존중하고 김수현 작가도 대본 리딩 현장에서 이순재의 연기에 호흡하며 지도한다. 또한 박근형과 함께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서 말투를 고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윤보선 대통령 전문 배우’

그는 1956년 대한민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인 HLKZ-TV에서부터 출연해 그의 연기 인생은 대한민국 텔레비전 드라마 역사의 처음부터 맥락을 같이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같은 역할을 여러번 맡기도 했다.

1980년 ~ 1990년대 정치드라마에서는 4대 대통령 윤보선을 전문적으로 연기했다. MBC 드라마 제1공화국(1981), MBC 제2공화국(1989), MBC 제3공화국(1993), SBS 코리아게이트(1995), SBS 삼김시대(1998) 이렇게 5번을 연기했다.

그 이외에도 MBC ‘집념’과 ‘동의보감’ ‘허준’을 통해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 의원을 3번, KBS ‘파천무’, KBS ‘공주의 남자’를 통해 김종서 역할을 2번 맡았다. 그의 선하면서도 강건한 이미지 때문에 유독 왕, 대통령, CEO 등의 역할을 많이 맡았다. KBS ‘풍운’의 흥선대원군 MBC ‘이산’의 영조, MBC ‘선덕여왕’의 진흥왕 등이 있다.

‘야동 순재’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우연히 본 야동에 빠져 가족 몰래 보던 것을 들키면서 ‘야동 순재’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기존의 고지식한 할아버지였던 그의 이미지를 젊은 층에 친숙한 공감대로 형성하는데 일조한 캐릭터.

그동안 그가 맡아왔던 역할과 가장 이질적인 역할이었지만 이 또한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작품에 인기는 물론 본인의 연기적 이미지 변신에 또 한 번 성공하게 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으로 2007년 방송연예대상을 무한도전 팀과 함께 공동 수상했다. 그의 연예대상은 배우 최초로 연예대상 수상이며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되어 있다.

‘유행어?!’

이순재는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참여한 만큼 나름의 유행어를 갖고 있다. 드라마 허준에서는 허준을 보며 호통을 치는 ‘못난 놈’이 큰 사랑을 받았다.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에 늘어지듯 말하는 ‘모~옷~난~~ 놈!’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유행어로 등극됐다.

또한 보험광고 속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켜드립니다.’ 라는 문구는 당시 큰 히트를 쳐 당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던 개그 콘서트의 도움상회에서 패러디 되며 좋은 개그 소재로 활용됐다.

‘꽃보다 할배’

2013년 방영된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H4로 출연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함께 연기 인생을 살아온 동료들과 떠난 할아버지들의 유럽 여행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젊은이들을 향한 인생 선배로서의 애정어린 한 마디,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는 열정으로 꽃할배 열풍을 일으켰다.

이순재는 출연진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도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며, 빠른 걸음과 멈추지 않는 직진본능으로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촬영 내내 지도와 책을 손에 놓지 않으며 엄청난 학구열과 열정을 보여줬고 대학시절 배운 독일어, 일본어 등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놀라움을 선사했다. 또한 여행지마다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동물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물 사랑의 면모를 보여줘 ‘숲속의 친구’라는 별명도 얻었다.

“암기력 다 할 때까지 연기할 것”이라 이야기하는 독보적인 대한민국 대표 배우 ‘이순재’. 늘 배우로서 장르와 역할을 불문하고 고민하며 호흡하는 연기 인생이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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