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망은(忘恩)'이란 한자 뜻대로 은혜를 잊는다는 말로 민법에서는 증여계약 해지 조건이 되는 수증자(증여받는 자)의 은혜를 저버린 행위를 뜻한다. 주로 부모의 은혜를 잊은 사람에게 사용된다.

21일, 한 아들이 치매를 앓는 고령의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62)씨는 자신의 어머니 B(92)씨가 치매를 앓으면서 자신에게 땅을 물려주기로 한 약속을 바꾸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라는 주장이다.

4명의 자녀를 둔 B씨는 1992년 1월 교수가 된 아들 A씨에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의 298.9㎡(약 90평)의 토지와 3층짜리 건물을 아들 가족에 증여한다는 내용의 증여증서를 B씨가 숨질 때까지는 B씨가 관리한다는 조건으로 써줬다.

▲ 출처/픽사베이

그리고 같은 해 4월 땅을 제외하고 건물만 먼저 아들 가족에게 증여했다. 또한 건물 임대수익은 땅을 소유한 B씨가 4분의 3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건물을 소유한 A씨가 가져간다는 공동사업 계약서도 작성했다.

하지만 2004년 B씨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원래 작성했던 증여증서와는 다른 내용의 유언장을 썼다. 2008년 5월 B씨가 작성한 자필 유언장에는 '용산구 땅을 5등분해 4명의 자녀와 (B씨 사후) 산소를 돌봐줄 사람에게 나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A씨는 1992년에 작성했던 증여증서를 이행해 달라며 2012년 11월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이에 1심에서는 증여증서를 근거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증여증서에 따라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달라졌다. 바로 망은 행위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망은 행위를 하여 B씨와의 증여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보았다.

민법 제556조는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을 때', 혹은 '증여자에 대해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A씨가 성공한 의사이며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입국하여 방문하는 것 외에 B씨에 대한 부양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점과 건물 임대수익을 독차지하기 위해 동업해지 계약서를 위조했다가 B씨에게 고소당해 2015년 8월에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점이 망은 행위로 판단됐다.

B씨가 A씨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계약을 했을 때는 A씨가 자신을 부양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A씨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배은망덕하게도 건물 임대료까지 독차지하려고 했다.

부모에 대한 진심어린 효심이 없더라도 추후 자신에게 돌아올 재산을 생각했더라면 A씨는 B씨에게 효도를 하는 척이라도 했어야 했다. 제일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런 간단한 이치도 모르고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고만 생각한 것이 어리석었다. 사랑한 만큼 배신감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재산은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있어야 대우받는 세상이라고 한다. 돈 때문에 효심의 유무가 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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