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오랜 병마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병마와 싸우는 환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곁에서 환자를 지키는 보호자 역시 많은 고통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것은 환자의 완치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일 테고, 치료비 역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수년간 지속되는 병마의 경우에는 그에 따르는 보호자의 체력적, 금전적, 심리적 부담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최근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놓였던 한 가정에 비극이 벌어졌다. 수년 동안 병상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온 남편 A씨를 지극히 간호해 온 부인 B씨가, 차마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해 A씨를 살해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5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살해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 루게릭병 등 오랜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내사랑내곁에' 中 한 장면 [출처/영화 '내사랑내곁에' 스틸컷]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나온 범행 동기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남편 A씨는 루게릭병으로 지난 2013년 12월부터 병원에 입원했다. 그 뒤로 아내 B씨는 병마가 악화돼 온몸이 마비되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남편을 지극히 간호했다. 하지만 2년이 넘는 입원과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았고 아내 B씨의 고통도 그만큼 커갔다. 또한 그와 더불어 입원과 치료에 따른 의료비 부담 역시 쌓여만 갔다.

이러한 심적 고통과 의료비 부담 등을 감내하기 어려웠을 B씨는 지난 3월 30일 밤 9시 56분 끝내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게 된다. B씨는 사지 마비 상태인 남편에게 설치된 인공호흡기의 전원차단 버튼을 눌렀고 A씨는 끝내 호흡 정지로 사망했다. 물론 해서는 안 될 B씨의 선택이었지만, B씨가 받아왔을 고통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의료비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 도 있었다’라는 한탄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살인은 살인이다’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재판부 역시 이 사건을 두고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피고인 측이 “남편 부탁을 받고 인공호흡기 작동을 중단했으므로 촉탁살인죄에만 해당한다”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사람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이를 앗아가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하거나 용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오랜 기간 남편을 극진히 간호했고 유족도 피고인의 선처를 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징역 3년이라는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참고로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는 남의 부탁이나 승낙을 받아 그 사람을 살해했을 때 성립하는 죄이다. 처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보통살인죄보다 형을 경감하고 있다.

오랜 병마가 빚은 이번 살인 사건. 물론 재판부의 말대로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하거나 용납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을 순 없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불치병에 대한 치료 연구와 함께 사회적 지원 제도도 함께 지속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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