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기자] 정부와 여당 등에서 담뱃값 인상 추진을 위한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이유가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서 선택된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담뱃값 인상은 지난 6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지방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급속도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역시 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비가격 규제와 가격 인상을 병행해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 건강을 증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나라 담배 가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흡연율은 2007년 45.0%에서 2011년에는 47.3%까지 증가했기 때문에 5000원으로 인상하고 비가격정책을 강화해야 당초 정부가 제시한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의한 2020년까지 성인남자 흡연율 감소 목표치 29%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담뱃값이 지난 2004년 2천원에서 2천500원으로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10년 가까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담뱃값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04년 담뱃값이 오르면서 금연을 했어요. 당시 흡연자의 입장이었을 때는 너무 화가 났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금연도 하고, 담뱃값도 모으고 또 주변 사람들도 함께 좋아 해주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었죠. 저는 좋은 기회라고 봐요.”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이 이뤄질 경우 확실하게 흡연율이 낮아진다는 견해를 보였다. 담배 가격을 올린다고 다 금연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연을 결심하는 변화 단계에서 계획 전단계, 또 계획 전단계인 흡연자를 계획 단계나 준비 단계로 옮겨가게 하는 중요한 행동계기가 된다는 견해다.

2004년 말 담뱃세 500원 인상을 계기로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율은 2004년 57.8%에서 2006년 44.1%로 급감했으며, 그 이후로는 40% 내외로 비슷하다.

때문에 만약 1천원을 인상할 경우 2020년 성인남성 흡연율은 38.9%가 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부터 담배 가격이 2천원 인상된다는 가정을 한다면, 추가 변동 사항이 없을 경우 2020년에는 성인남성 흡연율이 37.4%가 될 것이라는 것이 재작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건강증진재단이 낸 보고서의 예상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흡연에 의한 사회경제적 손실액·2006년 기준 한국의 흡연 피해 규모는 연간 1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흡연으로 인해 질병 치료에 소요된 의료비용(입원, 외래 진료비), 비의료비용(외래방문교통비, 보호자비용), 간접비용(작업손실비용, 조기사망비용), 그 외에 담뱃불로 인한 화제의 피해액과 일부 간접흡연비용, 담배연기로 인한 주변인들의 시각과 후각적 피해, 심리적 불쾌감 등 무형의 비용과 담배꽁초로 인해 더럽혀진 거리, 공공시설물을 청소하고 흡연으로 혼탁해진 실내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비용이 포함된다.

이렇듯 단순히 흡연자들의 금연 정책의 일환으로 담뱃값 인상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피해를 입는 간접적, 무형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 등 서민 부담과 밀수 담배 증가 등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담뱃값 벌려고 일한다는 말. 정말 입버릇처럼 말한 건 사실인데, 정말로 이렇게 될 줄을 몰랐네요. 유일하게 스트레스 푸는게 담배 피우는 건데... 정말 답답합니다.”

국산 담배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비중은 0.5%, 외산 담배는 0.35%다. 담배의 가중치는 481개 소비자물가 조사품목 가운데 20번째로 높고 특히 저소득층의 구매 비율이 높아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때문에 만약 국산 담배가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가격이 80% 오르고 외산 담배의 가격도 똑같은 비율로 오른다고 가정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물가가 0.5%포인트 이상 오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담뱃값 인상이 다른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감 경기가 어렵고 물가도 불안한 현재 상황에서 담뱃값을 올릴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상당히 크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흡연이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가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치 않아 관련 부처들과 혐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담뱃값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어제(6일) 담뱃값 인상 발의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SNS를 비롯한 흡연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겉으로는 국민 건강이라고 말 하지만, 실질적으로 세수 확보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 “담뱃값 인상의 세금을 활용해서 서민들을 돕겠다는 건데, 애초에 흡연율은 서민 쪽이 더 높은 것 아니냐. 서민이 돈 더 내고 정부에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며 강한 비난의 표시를 했다.

 
“담뱃값 인상 된지 10년 됐죠? 교통비도 계속 오르는데 인상 되는데 찬성이에요. 동시에 재원도 확보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2000원 인상이라... 부담이 큰 금액이 아닐까요? 오히려 밀수 담배가 늘어나는 부작용등이 발생할 거 같은데요.”

담뱃세 인상으로 정부는 엄청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담뱃값을 5000원으로 인상할 경우 조세수입은 약 3조2500억원 정도 증가하며, 4500원으로 오르면 담배 관련 지방세 징수금액은 연 4조2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금액은 연 1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쉽게 세원 확보를 하기 위해 꼼수 방안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등 복지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그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걸림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담배 업계 관계자는 “헝가리의 경우 담배가격을 올리며 오히려 밀수 담배가 늘어나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인상 폭의 신중성에 대해 피력했다.

지난 5일 부산본부세관에서 컨테이너를 통째로 바꿔치기하는 신종 수법으로 외국산 담배를 밀수입하려 한 일당이 세관이 적발되며 밀수 담배에 대한 우려가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산 담배 57만3000갑(시가 12억 원)을 들여와 아프리카 케냐로 반송하는 것처럼 신고한 뒤 부두로 보세운송 도중 생필품이 든 똑같은 모양의 컨테이너와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담배를 밀수입한 기업형 밀수를 조직한 사건이었다.
 

 
취재를 마치며, 약 10년동안 담뱃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과, 흡연자들을 금연으로 유도하며 직·간접적인 피해를 줄인다는 주장을 고려할 때 담뱃값 인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높은 비율 인상은 도리어 ‘밀수 담배의 증가 및 신종 수법으로 인한 피해’와 ‘서민 물가 경제 악화’라는 악영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한 서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담뱃값 인상’이라는 사안인 만큼 여야는 먼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서와 말이 아닌, 과거의 사례들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2004년 담뱃값 인상으로 증가된 건강증진 부담금의 2% 미만인 300억원 정도 밖에 금연 사업에 투입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은 건강증진과 관계없는 예산 사업에 사용했다. 이는 담뱃세 인상으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부 주장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결과인 것이다.

정당성과 합리성이 조화된 설득이라면, 국민들도 먼저 동의하고 인정하는 법안이 발의되지 않을까.

담뱃값 인상으로 증가된 건강증진 부담금의 올바르고 투명한 사용에 대한 의지가 우선순위가 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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