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지난 11월 8일 제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승리했다. 하지만 사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는 선거 직전까지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선과 관련돼 진행되었던 여론조사의 거의 대다수가 빗나갔다. 선거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는 대부분 힐러리 당선을 예측했고 트럼프 승리를 짚어낸 곳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둔 것은 여론조사에서 ‘창피해서 차마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여론층’을 원인으로 꼽으며 이러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샤이 트럼프(Shy Trump)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시 말해 샤이 트럼프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려서 여론조사에서는 속내를 숨기다가 실제 투표에서 진심을 드러낸 트럼프 지지자들을 뜻한다. 그동안 각종 인종, 여성 차별적 발언과 막말, 음담패설, 스캔들 파문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던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 트럼프를 몰래 지지해 승리로 이끈 ‘샤이 트럼프(Shy Trump)’[사진/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이렇게 대선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비율은 각 주에서 약 5~10%정도 되었고, 투표 당일이 되어서야 드러나 트럼프가 승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미국의 사회학자들과 정치학자들은 1960년대 민권운동 이후 금기시되어왔던 인종이나 소수자 차별을 서슴지 않고 내뱉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층이 상당히 많았지만, 이를 드러내면 본인 스스로를 인종주의자나 차별주의자로 인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성향을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샤이 트럼프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속해있을까? 샤이 트럼프는 금융위기 이후 심해진 양극화 현상 속에서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저소득, 저학력 백인 남성과 성‧인종차별에 개의치 않는 백인 여성들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샤이 트럼프와 비슷한 현상으로 ‘샤이 토리(shy Tory)’가 있다. 지난 6월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에도 있었던 일로, 당시 빗나간 여론조사 예측 원인 중 하나로 샤이 토리, 즉 숨은 보수표를 지목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투표 시행 전후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 마감이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는 EU에 남기를 바라는 여론층이 두꺼웠지만 투표 결과는 EU탈퇴가 51.9%로, 잔류 48.1%에 비해 우세했던 것이다.

영국의 '샤이 토리'가 4개월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샤이 트럼프'로 재현됐다. 샤이 토리와 샤이 트럼프는 자신의 선택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투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유권자들의 숨은 표도 이제는 여론조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