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일본 여행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게마다 놓인 인사하는 고양이 인형을 기억할 것이다. ‘마네키네코’라 불리는 고양이 인형은 일본에서 복을 가져다주는 고양이로 한쪽 앞발로 사람을 부르는 듯 한 모양이 손님이나 재물을 불러들인다고 해 ‘행운의 인형’으로 통한다.

이처럼 일본인들에게 행운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는 동물인 고양이가, 최근에는 일종의 사회적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본인들의 고양이 사랑이 경제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해 ‘네코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고양이를 뜻하는 일본어 ‘네코’에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로 고양이 신드롬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뜻한다.

 

일본 간사이대학의 미야모토 가쓰히로 경제학 명예교수는 네코노믹스로 인한 경제 효과가 2조 3162억 엔으로 우리 돈으로는 20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네코노믹스의 경제 효과는 고양이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고양이 사진집의 매출 등에 따른 ‘직접 효과’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간접 효과’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직접 효과는 고양이 사료부터 애완동물 보험에 이르기까지 고양이 기르기와 관련된 비용이다. 사료값과 장난감 비용, 진료비와 애완동물 보험 등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는데 연간 약 11만 1424엔(120만 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지난해 일본에서 기르고 있는 고양이 수를 곱하면 1조 1002억 엔(11조 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이에 따른 간접효과도 만만치 않다. 고양이 역장이나 관장이 잇달아 출현하면서 해당 지역의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오사카 신사이바시에는 ‘고양이 빌딩’이 문을 열어 5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고양이 관련 시설로 꾸미고 유기 고양이들을 풀어 놓아 빌딩을 찾는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

이를 모두 고려해 직간접인 경제 효과가 2조엔 (약 20조 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이 비용은 일본의 대표적인 테마파크인 도쿄 디즈니랜드와 도쿄 디즈니시를 합한 경제 효과에 2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에게 왜 고양이가 인기일까?

이유는 일본의 경제침체와 불확실성 등이 배경이 돼 ‘치유받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각박하고 차가운 도시 생활의 고독감과 불안감을 고양이를 통해 치유하고 싶어 하며, 또한 일본인들은 충성스러운 개 보다는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고양이를 더 좋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책과 배변 문제, 소음 문제 등 손이 많이 가는 개에 비해 산책도 필요 없고 큰 소리도 짖지 않는 고양이의 특성이 사회 환경과 맞아 떨어지면서 고양이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네코노믹스의 경제효과를 이야기한 미야모토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는 개, 경기가 나쁘면 고양이의 사육이 늘어나는 게 통설”이라고 전했다. 내수 경제를 살리는 고양이 신드롬이지만 경제 불황과 현대인들의 고독감을 의미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의미의 고양이. 우리나라가 줄 곧 일본의 현대 모습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한다면, 네코노믹스의 현상이 주는 의미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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