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우리가 자고, 먹고, 일하는 집과 회사.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그 공간을 디자인 하는 사람들이 건축가이지만 건축에 대해서는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젊고 활력이 넘치는 집을 만드는 건축가 중에 에이코랩(a.co.lab)의 정이삭 소장을 초대하여 건축이란 무엇인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PART 1. 공동체의 삶의 기반을 만드는 공공 건축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 설계와 도시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건축 및 도시설계 실무 경력 외에도 대학교와 사설 연구기관과 함께 공공 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국가기관 등에서도 근무했습니다.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건축가 정이삭

- 경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013년 에이코랩(a.co.lab) 설립한 이후 '양평 대심리 주택', '광주 백운동 한의원 주택'과 같은 일반 건축 작업 뿐만 아니라, 'DMZ 평화공원 마스터플랜 연구', '철원 선전마을 예술가 창작소', '연평 도서관', '마장동 주민센터 리모델링',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 '동두천 장애인 복지관 문화공간 조성' 등의 공공적 연구나 사회적 건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 건축가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막연히 의대에 진학하려던 계획이 있었는데 부족했던 준비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모님의 권유로 건축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한 학기 다니고 다시 시험을 봐서 의대에 갈 생각이었죠. 그러던 차에 건축과 수업에 흥미를 갖고 건축이 종합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이것을 잘 하면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정 소장님이 생각하는 공공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공공’이라는 단어와 ‘건축’이라는 의미의 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을 함에 있어서 늘 ‘이해’라고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요. 공공건축에서는 그 이해의 대상이 공공에 좀 더 집중되는 것이죠.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건축이 공공건축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건축이라는 것이 만들어져서 작든 크든 특정 집단에게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어떠한 환경으로서 작동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공공적인 실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즉, 거리에 있는 어떤 개인의 건물이 그 거리를 걷는 불특정 보행자의 환경으로 작동하기도 한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그 환경이 그 보행자과 나누는 교감이 있을 것이고 이 때문에 건축가는 한 개인의 사유물로서의 건축디자인이 아닌 거리의 보행환경을 조성하는 공공재로서의 건축 디자인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마장동 주민센터

- 공공 건축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한 이유는?
건축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공공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특히나 공공적인 사용이 이루어지는 건축물을 좀 더 공공적인 건축이라고 본다면 개인의 주택보다는 공공건축물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주고받을 것입니다.

건축가는 한 개인의 소유물의 디자인으로 서비스를 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시환경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인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개인 클라이언트의 일도 하지만 공공적인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이나 역할 같은 것을 많이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공 건축 사업에 많이 참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마장동 주민센터

- 연평도 도서관 소개
연평도는 잘 아시다시피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던 서해 북단의 접적지역입니다. 남한의 육지와의 거리만큼이나 문화적으로도 소외된 곳이죠. 특히나 연평도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에게는 섬에서의 고립감에 더해 군대라는 사회가 주는 격리감이 더해지는 곳이죠. 이 곳에 처음 갔을 때 그러한 문화적 소외를 다소나마 해소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이라는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가 그 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한 것이고요.

애초에 군대 내에 아주 작은 도서관이 있었어요. 하지만 부대 내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생활하는 군인 장병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잘 찾아갈 수 있는 친근하고 유익한 도서관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연평도 도서관은 개인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군인장병들에게 개인적인 공간들을 제공하기 위해 책장과 가구들을 활용하여 공간을 잘게 분절하고 시야도 서로 잘 교차되지 않도록 계획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감시와 처벌에 익숙한 군대라는 공간에서 이곳은 약간 숨통이 트이는 공간으로 기능하게 된 것 같아요.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연평도 도서관

- 연평도 도서관 작업에 참여한 이유는?
연평도 도서관은 문화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라는 문체부 산하의 한국 공예 디자인 문화 진흥원이라는 곳에서 하는 사업의 일부였습니다. 이 사업은 건축가와 여러 분야의 문화기획자들이 팀을 이루어서 문화소외지역에 그 곳에 필요한 문화적 기능과 그에 따른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었어요. 아쉽게도 지금은 잘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매우 중요하고 훌륭한 프로젝트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관여했던 담당 연구원분들이나 해당 팀장님의 큰 열정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프로젝트이기도 하고요.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연평도 도서관

전 그 때 선발된 건축가 그룹 중 한명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제일 막내였고 선택지도 없었어요. 그래서 모두 가기 어려워하는 연평도에 제가 배정되었죠. 하지만 전 오히려 기대되고 좋았습니다. 이왕 문화소외지역에 봉사하는데 좀 더 열악한 곳에서 작업을 하면 좀 더 보람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중간에 몇 번의 어렵고 힘든 과정은 있었지만 대체로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건축에는 우리가 아는 빌라나 아파트 말고도 군대라는 정체된 공간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은 연평도 도서관 등 우리 공동체를 위한 공공 건축이라는 것이 있다. 건축은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 그리고 인간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말한 정이삭 소장. 다음 시간에는 한국 건축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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