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암환자라는 신선한 소재로 웹툰계에 데뷔한 김보통 작가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이탈체포조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DP>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군 비리, 군 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조직에 의해 숨겨지거나 대중들에게 잊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김보통 작가는 <DP>를 통해 부당한 사건을 고발하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PART 2. <DP>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 현상을 바라보는 이야기

- 만화 ‘DP’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디피는 탈영병 체포를 전담하는 군무이탈체포조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입니다. 군무이탈체포조원들은 탈영병들의 사연과 주변 인문들을 접하는 중에 ‘탈영병이 단순히 범죄자인지, 조직이 만들어 낸 희생자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군대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지만 군대 내에서는 계속해서 군내 부조리 행위가 일어납니다. 또 이런 문제들은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덮어지거나 쉽게 잊히기도 합니다. 이피는 이런 군내 부조리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문제는 조직과 개인, 그리고 사회가 같이 맞물려 생겨난 것이며 그 구조 속에서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피는 이런 사회적인 상황을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 D.P

- 군대 문제를 다룬 기존 작품들과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많은 군대 만화가 추억을 회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부정하기 위해 안 좋았던 기억을 변형시켜 미화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라도 소화해야 할 정도로 군대가 주는 정신적 상처는 깊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역을 하고 나서 그런 만화를 보며 ‘맞아. 그랬어. 좋았지.’하며 일종의 자가 치유를 하는 셈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디피는 본인 역시 가해자였거나 방조자였던 외면하고 싶은 과거의 기억을 굳이 꺼내 눈앞에 들이미는 다소 불편한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조금 놀랐습니다.

- DP를 그리게 된 계기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 스스로가 군 시절 군탈체포조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군생활의 상당 부분을 탈영병을 쫓으며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군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살인범을 쫓는 형사의 눈엔 세상은 살인범이 날 뛰는 흉흉한 모습으로 보이고, 밤새도록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가 보는 세상은 쓰레기 천지인 것처럼 제가 보는 세상은 가혹행위와 부조리로 점철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료 조사를 하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병사들이 탈영을 하고 있고, 또 많은 병사들이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비현실적이고 과장되게 지어낸 옛날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들에 대한 것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 인터뷰, 트위터 내 멋대로 고민상담 등을 통해 본인 의견을 활발하게 밝히고 있는데 어떤 의도가 있으신가요?
매우 단순합니다. 알리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웹으로 만화를 보는 독자 100명 중 95명은 포털 만화만을 봅니다. 나머지 5명의 독자가 나머지 서른 몇 개의 플랫폼의 만화를 보는 셈인데, 그 속에서 점잖게 앉아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아마 저도 유명해지면 SNS를 안하겠지요. 인터뷰도 가려서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내 멋대로 고민상담

- 만화를 통해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인터뷰를 보던 중 “작가의 역할은 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독자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읽고, 그때부터 ‘그것이 작가로서, 만화가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자들에게 달콤한 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현실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 올해 계획이나 혹은 앞으로 그리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올해는 내년 레진 코믹스에 연재할 장편 만화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아 보조 인력들과 함께 손을 맞추며 시놉시스를 다듬고 있습니다. 내년에 그리게 될 만화는 학생과 학교, 아이와 사회, 자녀와 부모에 대한 이야기로 명랑하면서도 섬뜩한 만화를 그릴 계획입니다.

- 작가로서 혹은 개인적으로 꾸고 있는 꿈이 있으신가요?
정보 인프라 취약 지역에 작은 도서관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발생하는 정보의 불평등, 불균형으로 인해 겪게 될 이후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 만화계 동료 작가들과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동료 작가 분들께는 ‘만화가를 욕보이지 않게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화가 지망생 분들께는 ‘하다가 안 되면 다른 일을 하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좋으며, 일단 하게 되었으면 허리 근육이 중요하니 운동을 게을리하지 마세요’라고 전하겠습니다.

- 만화를 읽는 팬들과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봐주신 덕에 지금까지 잘 먹고 살아왔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주시면 한번 만화 잘 그려서 잘 해보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 김보통 작가

- 시선뉴스 독자 여러분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마 인터뷰를 통해 저를 알게 될 분들이 대부분 일 것 같습니다. 제 만화가 그렇게 재미없는 만화는 아니니 꼭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보통 작가의 두 작품 <아만자>와 <DP>는 모두 사회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평소에도 작품뿐만 아니라 SNS와 인터뷰를 통해 사회 현상에 관해 힘주어 말하고 있는 김보통 작가. 과연 차기작에서는 어떤 만화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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