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학진학을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땀방울이 정말 안쓰러운 때이다. 그런데 몇몇 교육자가 고군분투 중인 수험생들의 기운을 빠지게 만들었다. 수학능력시험과 함께 대학 진학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생들의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이른바 내신을 자신들의 학교 일부 학생들에 유리하게 조작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하 나이스)에 접속해 성적과 학생부를 조작한 혐의로 광주광역시 모 사립 고등학교 교장 A씨(62), 교사 B씨(39)와 C씨(34) 등 3명을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학교 일부 학생을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학생들의 성적과 학생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입 수시 전형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으면서도 교사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큰 학생부를 조작한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뿐만 아니라 경찰은 교장 A씨의 지시를 받은 교사 B씨와 함께 성적 우수 학생들 위주로 편성된 심화반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에게서 과외비를 받아 챙기거나 교비를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쓴 혐의로 교감과 동료 교사 9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똑같이 고생하며 내신을 관리하고 공부를 하는 많은 학생들이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교장 A씨와 교사들은 지난 2∼3월 현재 2학년인 이 학교 학생 12명, 3학년인 학생 13명 등 모두 25명의 1학년 시절과 2학년 때의 학생부를 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들은 나이스에 229차례 접속한 뒤 자신들이 경험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학생들의 학생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36차례 입력 및 각색했다. 뿐만 아니라 교사 B씨의 경우 자신이 특별 관리하던 한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자 나이스에 접속 후 두 차례에 걸쳐 성적을 조작해 등급을 올렸고 답안지도 함께 조작했다.

심지어 해당 학생들을 교무실이나 다른 공간으로 부른 뒤 입력할 내용을 당사자에게 묻거나 논의해 몇 명의 학생들에게 유리한 ‘맞춤형 학생부’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부 ‘조작 혜택’을 본 학생들은 입학 당시 성적이 가장 높았던 학생들이다. 교장 A씨 등은 이들 학생의 명단을 따로 만드는 등 명문대 수시 모집 전형에 합격시킬 특별 관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들은 왜 교육자라는 말이 무색한 이러한 행동을 저지른 것일까. 이 학교는 2016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에 6명, 지난해 8명을 진학시키는 등 명문으로 소문난 학교다. 교장 A씨는 명문대 진학 학생 수를 늘려 자신과 학교의 명예를 더욱 높이려고 범행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의 비뚤어진 행동으로 해당 고등학교는 정말 이름을 만방에 알리게 되었다.

모두 다 똑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더구나 교육자의 역할이 아닐까.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이들의 내신 조작 혐의는 단순한 사건을 넘어 성인의 기로에 선 아이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할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학교의 명예와 이미지를 단순히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 수로만 판단한 교사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발생한 이러한 부끄러운 범죄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몇몇 교육자의 잘못된 행동이 해당 학교를 넘어 전체 교육자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음을 부디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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