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1986년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 오페라 ‘리콜레토’의 질다 역으로 눈에 띄는 동양인 한 명이 무대에서 에너지를 내뿜듯 환상적인 아리아를 노래한다. 그 동양인의 이름은 바로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는 조수미.

조수미는 올해 국제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그와 함께 그녀의 인생 30년을 담은 컴필레이션 앨범 ‘라 프리마돈나’를 발매했고 30주년 기념 전국 순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을 비롯해 클래식의 거장들의 찬사를 받은 조수미. 그녀가 척박한 타지에서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로 성장하기까지 조수미의 30년 음악 여정을 함께 떠나보자.

▲ (출처/조수미 공식홈페이지)

어렸을 때 조수미는 글을 배우기도 전에 피아노를 쳤을 정도로 음악 신동이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조수미는 어머니의 지도 아래 8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하며 피아노와 함께 성장했다. 성악가가 꿈이었던 조수미의 어머니는 조수미를 가졌을 때 24시간 내내 마리아 칼라스 음악을 틀어놓았을 정도로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어머니의 권유와 그녀가 가진 재능으로 그녀는 성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KBS에서 주최한 전국 어린이 노래자랑에서 준우승을 한 조수미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성악과 피아노 중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선화예중의 교사 였던 유병무 선생님을 만난다. 유병무 선생님은 조수미의 목소리를 듣고선 성악을 적극적으로 권유했고 유병무 선생님의 관리 아래 변성기 때도 목소리의 큰 변화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여고시절에는 당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이자 서울대 교수인 이경숙 선생님께 레슨을 받게 됐고 이경숙 교수 역시 그녀의 목소리에 감탄,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녀는 서울대학교 음대 입학시험에서 역사상 최고 점수를 받으며 입학했다.

▲ 1986년 10월26일 이탈리아 트리스테의 베르디 극장 리골레토 조수미 데뷔장면(출처/PRM )

그녀의 대학시절은 그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기다. 대학시절 첫사랑을 만나 푹 빠진 조수미는 공부는 뒷전이 됐고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 급기야 첫 사랑과 결혼하고 싶다고 하자 어머니는 이런 조수미를 보고 유학을 결정하게 된다. 갑작스런 유학 결정에 첫 사랑과 헤어지게 된 조수미는 이때부터 ‘노래’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한다.

1983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조수미는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학교에 입학시험을 보러 갔다. 그런데 시험 반주를 해줘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오지 않아 피아노를 칠 줄 알았던 조수미가 60명의 학생 노래에 반주를 쳐줬고 그녀 또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시험을 감독하는 교수들은 그녀의 노래 실력에 감탄하여 최고 점수와 함께 추가점수까지 주면서 역대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 (출처/조수미 공식홈페이지)

그렇게 5년제 학교를 2년 만에 초고속으로 졸업하고 1986년 트리에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리콜레토의 ‘질다’ 역으로 첫 주연에 데뷔했다. 그 후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했다.

조수미가 활동하던 1980년대에는 동양인 성악가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수미는 그러한 불이익 속에서도 실력만으로 동양인 최초로 국제 콩쿠르 6개를 석권했고,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주연으로 공연한 동양인 최초의 프리마돈나로 기록되었다. 이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으며 1993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황금 기러기상(격년제)을 수상하고 2008년엔 국제 푸치니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 출처/조수미 페이스북

그녀는 국내 성악가가 클래식이라는 고전적인 레퍼토리에 머물러 있던 것과 달리 한국 가곡, OST 등에 참여하여 클래식 성악의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는 공적을 갖고 있다. 그녀가 부른 OST 중 드라마 허준 OST- 불인별곡(不忍別曲), 드라마 명성왕후 OST- 나 가거든과 함께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식 응원가 조수미의 "Champions"는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그녀는 영화 유스의 주제가 ‘심플송’으로 이탈리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심플송’은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제7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조수미가 영화에 실제 본인의 역할로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출처/조수미 30주년 앨범'라 프리마돈나' 자켓)

이렇게 세계적으로 많은 공헌을 남긴 조수미는 공연곡에서 앙코르 곡을 부를 때 한국 가곡을 즐겨 부른다. 아무리 외국에서 활동을 하는 예술가여도 ‘자기 나라의 색깔을 풍기는 사람이 진정한 예술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그녀의 콘서트는 해외 활동 등으로 그녀를 자주 보지 못한 갈증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그녀의 콘서트가 매진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천상의 목소리 조수미. 그녀의 목소리가 허락하는 한, 아름다운 천상의 아리아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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