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시대가 변하며 여성의 참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치에서 여성의 능력이 여지없이 발휘되는가 하면, 우주 공간에도 여성들의 발자취가 남기도 했다. 이렇듯 과거 부당하게 만들어졌던 금녀의 구역이 하나씩 해제 되며 남녀가 함께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금녀의 구역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교회가 여성에게 사제직 개방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지난 2일 바티칸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치열한 기도와 숙고 끝에 12명으로 된 여성 ‘부제’ 검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톨릭이 생긴 후 오랜 기간 동안 여성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았던 가톨릭의 ‘부제’직책이 드디어 여성에게 허용될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부제는 사제를 보좌하는 직책으로 부제의 역할은 성체성사나 고백성사의 권한만 없을 뿐 유아세례, 혼배미사, 강독 등을 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부터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 4월 부활절 직전 성 목요일에 열린 세족식에서는 관행을 깨고 여성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그런 점에 미루어 이번 여성 부제 검토위원회 설치에 대해 가톨릭계에선 여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하는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로마가톨릭 교회는 왜 여성 사제를 금해온 것일까? 여성 사제를 금지하는 근거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예수의 열두 사도가 모두 남자였으며, 성모 마리아도 사제로 서품되지 않았으므로 여성 사제 서품은 불가하다는 오래된 교회의 전통에 바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로마가톨릭의 전통적 입장을 1976년 교황청이 재확인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성차별적 요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왔기에 로마가톨릭에서 여성 부제의 역할을 허락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전 세계 가톨릭에서 여성 차별을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특히 성공회의 경우 1977년 미국성공회에서 첫 여성 사제가 나온 데 이어 영국성공회도 1987년 여성 부제를 허용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영국성공회에서 여성이 주교품에까지 오르며 금녀의 성역이 허물어지는 절차를 밟아왔다. 때문에 이번 가톨릭교회의 움직임이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거세게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기존의 원칙을 어기기 시작하면 결국 가톨릭이 분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가톨릭 교회의 여성 사제 논쟁은 오래전부터 신학적 논쟁거리로 이어져왔고, 반대의 장벽이 높기에 실제 가톨릭 교회에서 여성 사제가 허용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번 여성 ‘부제’움직임에 또 하나의 장벽이 있다. 교회 전체의 중요한 입장을 바꾸려면 반대의 의견까지 수렴해야 하는 ‘공의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가톨릭 공의회는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소집한 니케아공의회 이후 지금까지 단 21회 열렸을 정도로 개최가 쉽지 않아 가장 최근의 공의회가 무려 1962~1965년에 열린 2차 바티칸공의회다.

이처럼 로마 교황청의 여성 ‘부제’를 향한 움직임이 시작되었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과연 금녀의 성역을 풀기위한 로마 교황청의 움직임이 향후 어떻게 변모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한동안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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