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김치본드, 사무라이 본드, 양키본드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름만 들어서는 그 뜻이 아리송한 단어들. 이들은 경제용어 중 하나다.

채권은 발행의 목적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된다. 그 중 앞서 거론된 김치본드, 사무라이 본드, 양키본드는 특정 나라를 연상시키는 별칭이 붙은 채권들로 바로 국제채권이다. 여기서 김치는 한국, 사무라이는 일본, 양키는 미국을 의미하고 ‘본드’는 접착제가 아니라 영어로 ‘bond’, 채권을 뜻한다.

 

여러 국제채권 중 김치본드는 우리나라에서 달러 등 외화를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이다. 지금은 파산한 미국 베어스턴스 투자은행이 지난 2006년에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처음으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한 것이 김치본드의 시작이다.

국내에 외화가 풍부할 때 외국 기업이 그 외화를 빌려서 쓰기 위해 채권을 발행했고, 이것이 김치본드의 발행 취지였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해외법인을 통해 외화를 조달하기 어려울 때에도 국내에서 김치본드를 발행해 외화를 조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을 통합해 모두 김치본드라고 한다.

그러나 외화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발행한 김치본드가, 오히려 기업들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외채를 늘리는 문제를 낳기도 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은 금리가 높은 일반채권을 발행해서 원화를 조달하지 않고, 김치본드를 발행해 외화를 차입한 후 그 차입한 외화를 곧장 환전하거나 스와프 거래(서로 다른 금리나 통화로 표시된 부채를 상호 교환하는 거래)를 해서 써온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국내에는 단기외채(외국에서 꿔온 1년 미만의 빚)가 급증하게 되었고, 이에 정부는 무분별하게 발행 된 김치본드가 환율변동과 물가변동을 일으켜서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0년 7월, 결국 정부는 국내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약 4년 후 정부는 2014년 국내에 외환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기업들의 차환발행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다시 김치본드 발행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한국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다시 국내 기업들의 김치본드 발행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용도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김치본드. 기업들의 득과 실이 서민들의 경제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국내자본시장에서 건전하고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철저한 감시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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