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 선수. 출전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향한 관심은 컸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자유형 400m, 200m, 100m에 출전해 모두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시간으로 어제(10일) 오전 박태환은 코치진과 상의 후 자유형 1500m에 충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자유형 200m와 400m에 초점을 맞춰 준비 해왔으며, 1500m는 훈련이 아예 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가 몸 상태도 좋지 않은 것이 이유였습니다. 더불어 다음 도쿄 올림픽 출전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관심이 커서였을까요. 아니면 수영이라는 종목에서 박태환 선수 외에는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없어서였을까요. 많은 언론에서는 ‘실망’이라는 표현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는 이번 박태환 선수의 결정에 절대적으로 응원을 보내는 바입니다.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은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출처 -대한체육회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 사건 때문이죠. 이에 대해 선수 본인은 투여 혐의에 대해 전혀 몰랐고, 법정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징계는 피할 수 없었고, 수영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 18개월간의 공백은 말 그대로 선수로서 치명적이었습니다.

징계가 해제된 후 동아수영대회에서 전 종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기는 했지만, 이 기록은 국제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과는 비교가 안 될 수준이었습니다. 더불어 대한체육회는 반도핑 규정을 앞세워 박태환의 국가대표 발탁을 불허했고,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정도 앞두고 가까스로 대표팀으로 확정됐습니다. 그동안의 심리적 압박을 견뎌내고 리우에 입성한 일 자체로 이미 그는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었죠.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리우에 입성한 뒤에도 박태환은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토드 던컨 코치와 윤진성 컨디셔닝 트레이너(물리치료), 김동옥 웨이트 트레이너 등 3명의 전담팀을 꾸렸는데 이들 중 던컨 코치에게만 AD카드가 발급된 겁니다. 훈련은커녕 심리적으로 이렇게 긴 시간동안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박태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 출처 - 시선뉴스DB

지난 4월 개봉한 <독수리 에디>라는 올림픽 영화가 있습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꿈이었던 한 소년이 있었지만, 운동신경은커녕 장애까지 있었기에 그의 꿈은 말 그대로 허황된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무모한 도전과 끈질긴 노력 끝에 그는 결국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대표로 출전하게 됩니다. 이정도의 줄거리라면 당연히 주인공이 메달 획득에도 성공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에디는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올림픽 도전은 영화로 나올 만큼 그 정신과 과정을 본받을 만 합니다.

박태환 선수는 수영선수로서 전성기의 몸이 지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와 싸우면 명예회복을 위해 수없이 긴 시간을 싸우고, 결국 올림픽에 출전 했습니다. 비록 예선탈락이라는 결과를 얻긴 했지만 그의 당당한 도전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고, 더불어 그의 포기는 대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전보다 어려운 것이 포기라는 것이기 때문이죠.

일이야 어찌됐든 결국 박태환 선수의 귀국 일정은 앞당겨 졌습니다. 아마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국민 앞에 설지 모릅니다. 당연히 비난하는 국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박태환 선수가 한명의 인격체로서 견딘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는 최소한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결과야 어찌됐든 박태환 선수의 도전은 아름다웠습니다. 그의 귀국길 발검음이 너무 무겁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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