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요즘 동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근 미디어에서 많이 등장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또한 많아지고 있다. 과거부터 우리가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는 ‘동물원’이 있었다. 어린이날이나 휴일이 되면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찾아갔던 동물원. 인간들의 여가를 위해,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원 속 동물들은 과연 행복할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책을 집필한 사람이 있다. 바로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의 저자 ‘최혁준’씨다.

PART 1.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 간단한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구요, 공주대학교 특수동물학과 2학년 재학 중인 최혁준 입니다.

- 고등학생 때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라는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사실, 책의 결과만 보고 보면 처음부터 동물원 동물 복지가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을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는 않구요.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저도 동물 복지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의식이나 지식이나 그런 것들이 부족했어요. 다만, 동물을 아주 옛날부터 좋아했었고, 자연히 동물원을 원래 많이 다니기는 했죠.

그렇게 동물원을 다니다가, 문득 우리나라에서 이름도 있고 수준도 있는 동물원들을 모아서 순위를 매겨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시작한 거였어요. 그 때 동물원을 평가하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할까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물 복지’라는 개념이 떠올랐고, 그러면서 거기에 많이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방향을 갖추게 됐죠.

 

- 동물원 평가 기준에 대해서 어떤 것들을 참고했는지?

제가 처음부터 동물 복지나 동물원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를 구하고 평가 기준에 입각해서 만든 건 아니었어요. 동물원의 동물들은 아무래도 갇혀서 사육되고 전시되는 동물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야생동물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야생동물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야생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었던 편이었어요. 그래서 동물원 동물들의 삶의 질이나 적합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평가한다면 무엇을 봐야할까 고민했을 때, 자연스럽게 야생에서의 삶과 얼마나 근접한지, 어떤 사육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항목화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중반정도부터 책이나 자료를 참고하게 됐는데 제가 세운 기준들과 굉장히 비슷하더라구요. 그래서 동물 복지가 물론 더 많이 공부를 해야 하는 분야지만, 기본적인 뼈대, 동물 본연의 모습을 존중하고 자연을 보장해주는 방향이 같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됐죠.

- 책을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부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일단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엄청 많이 읽었어요. 물론 일반 시중에 과학교양서로 나와 있는 책들이 엄청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틀린 내용이 적혀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 조차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로 일단 기본을 잡는 데는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요새는 출판계에서는 자연과학 서적이 굉장히 저조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아주 옛날 책들,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도 초반에 나온 책들이 엄청 많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책들을 통해서 어떤 행동학적인 기본을 잡았구요. 그리고 어떤 동물이 동물원에서의 삶에 복지 수준의 지표를 보려면 야생에서의 비교를 하는 게 좋거든요. 그래서 야생에서 어떻게 사는지 공부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책도 많이 보고 그런 식으로 공부를 스스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글 읽고 쓰고 말할 수 있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기초지식이 그래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단시간 안에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동물원에 대한 자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책을 쓰기 위한 자료들은 어떻게 구했는지?

제가 동물원 평가를 지행하면서 처음에 원칙으로 딱 내세우고 시작했던 게 ‘동물원의 협조를 받지 않는다.’였어요. 아무래도 그 쪽에 도움을 받다보면 인연도 생기고 친구도 생기니까 입이 좀 막히게 되겠죠. 또 워낙 숫기도 없고 먼저 찾아가는 것도 잘 못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일단 동물원의 협조나 정보자료 공개 협조 같은 건 전혀 받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면 개인이 더 발품을 팔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에 일단은 평가한 동물원이 대부분 시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영시설이에요. 그래서 그곳들은 정보공개에 대한 의무가 있어요. 그리고 일단 또 공공시설이다 보니까 실적에 대한 꾸준한 보도가 있어야 해서 언론을 통해서 알려져 있는 내용도 많고, 내부 인터뷰 같은 것도 많이 나가있고. 그래서 인터넷 기사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구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인터넷 블로그 후기도 많이 참고했어요. 저희가 학업과 병행을 해야 해서 동물원 평가를 제대로 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아주 자주 가서 봐야하고, 변할 때마다 가서 봐야하고, 우리나라는 계절이 또 다르니까 4계절마다 가야되고. 근데 매번 갈 수 없으니까 가장 의존했던 부분은 인터넷 블로그였어요. 블로그에 동물원 후기들이 많이 올라오거든요. 그래서 후기 속 사진들을 보면 날짜와 대조해봤을 때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고 이런 것들을 대략적으로나마 실시간으로 확인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정말 내부 자료나 아니면 역사적인 부분, 동물원의 시설이 언제부터 설치됐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런 거는 저희가 막바지쯤에 자료를 구하기도 했었어요. 우리나라 동물원이 80년사가 됐을 때 서울시에서 만든 자료집이 있어요. 헌 책방에서 구해서 읽어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했죠.

▲ 최혁준씨가 그린 일러스트 그림

- 책에서 총 9곳의 국내 동물원을 평가했는데, 출판 전이나 후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출판사와 함께 독자들과 함께 동물원을 가보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총 네 곳의 동물원을 갔고 합쳐서 100분 정도의 독자들과 함께 했어요. 근데 이제 물론 책 자체도 동물원에 도움 없이 만들었기 때문에 행사도 동물원의 어떤 협조를 구하지 않고 그냥 관람객으로서 관람을 진행했었죠. 그렇게 서울, 대전  동물원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났는데, 버랜드 측에서  저희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사실 저희가 책을 쓸 때도 에버랜드에 대한 언급은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대부분의 동물원은 공영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은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사설 동물원에 대한 평가나 비판은 그들의 수익적 측면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에버랜드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좀 놀랐죠.

그렇게 연락을 하고 1년 후쯤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걷기 행사를 진행하는데, 행사를 진행하는 중반부터 동물사마다 직원들이 다 나와 있는 거예요.  아마 어떤 얘기를 하나 해서 들으러 오셨던 거 같고. 걷기 행사를 통해서 나오는 말이 고객의 의견이기도 하니까 반영하고 나오신 것 같아요. 하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좀 무섭죠. 나중에는 동물원장님까지도 무리 안에 들어오셔서 뭔가를 열심히 적으시면서 얘기를 들으시더라구요. 물론 방해를 하려고 의도하신 건 아니겠지만, 직원 분들이 함께 동행하다보니까 여기는 뭐가 좋다 안 좋다 직접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던 부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 최혁준씨가 진행하는 '동물원 걷기 행사'

- 책을 집필할 때나 걷기 행사를 진행할 때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있나요?

사실 제 입장에서 사육사 분들에게 좀 미안한 부분도 있어요. 저는 항상 조심스러워 지는 게 동물원이나 아니면 동물 전시 자체에 대한 비판이 사육사분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왜냐면 저도 동물을 키우고 있고, 직접 관리를 하는 입장에서 직접 관리하지 않는 사람이 여기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알아요. 실제로 댓글 같은 걸로 항의를 받기도 했고.

-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으로서 이런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간 것에 대해서 주변의 걱정은 없었는지?

많았죠. 일단은 제가 이 일을 2012년부터 시작했어요. 그 때 당시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고 수의학과를 꿈꾸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부모님께서 보시기에는 그냥 취미 정도로 생각을 하셨는데. 여기에 몰두한 시간이 많아지니까 2학년 겨울방학 때 고등학교 3학년 딱 올라가기 전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죠. 어머니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지원을 잘 해주셨지만 어머니도 약간 불안해하고, 아버지 같은 경우도 딱히 저의 취미에 대해서 얘기 같은 게 없으셨는데 어느 날 저를 불러다가 일단은 지금 하는 거를 다 멈추고 공부부터 해서 대학부터 가는 게 뭐라도 할 거 아니냐 얘기를 하셔서 좀 충격을 받았죠. 그리고 저도 중점을 두고 하는 게 학업에서 이쪽으로 옮겨가는 게 느껴졌지만 시동 걸린 걸 끌 수 없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딱 출판사랑 연락이 돼서 이 일이 공적인 일이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부모님도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전문적인지에 대해서 알게 되고, 입시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일을 할 수 있었죠.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보고서는 모르고 봤다면 고등학생이 썼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정보과 정교한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시기부터 동물을 사랑하고, 그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온 최혁준씨였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의 노력은 대학에 입학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 인터뷰에서는 책 발간 이후 우리나라 동물원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또 앞으로 더 나은 동물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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