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동생이 SNS에 동영상을 올렸기 때문에 죽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동생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지난 15일 파키스탄의 한 가정에서 친오빠가 여동생을 살해하고 붙잡힌 후 남긴 말이다. 여동생을 무참히 살해한 오빠는 오히려 자신이 집안의 명예를 지켰다며 떳떳했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슬람 문화권인 파키스탄에서 SNS 스타로 떠오르던 모델 ‘발로치’(26세). 발로치는 "여성으로서 자신을 위해, 서로를 위해, 정의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라고 하거나 "파키스탄이 크리켓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는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여성’이 각종 돌출 발언과 남녀평등 주장을 하며 SNS 스타가 됐다.

그녀는 SNS상에서는 ‘스타’였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거센 비난을 받았으며, 특히 이슬람교인 그녀의 집안에서는 ‘골칫덩이’로 여겨졌다. 그러던 중 발로치가 친오빠에 의해 목이 졸려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친오빠는 자신의 행동이 ‘명예 살인’이라며 오히려 망자가 된 여동생을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비난했다.

어떻게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행위에 ‘명예’라는 수식이 붙게 된 것일까? 일부 이슬람권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잘못된 관습이 ‘명에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전해 내려왔다. 명예 살인의 이유는 이렇다. 가족 구성원 중 ‘여성’이 간통, 부적절한 의상 착용, 동성 성관계, 배교, 정조 상실 등을 행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살해한 가족은 붙잡혀도 그 ‘비뚤어진 명예’가 인정되어 가벼운 처벌만 받기 때문에,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왔다.

이러한 이슬람 문화권 일부에서 잘못 전해내려 온 ‘명예살인’으로 인해, 이슬람 국가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죽어 갔다. 따라서 잘못된 관습을 막고자 2000년 제네바 국제연합 인권위원회에서 처음으로 명예살인에 대한 실태보고서가 작성된 이후, 세계적으로 명예살인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특히 이번 ‘발로치’ 사건을 계기로 명예살인을 묵인해 온 국가 중 하나인 파키스탄 정부가 ‘명예살인’을 예외 없이 처벌하는 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발로치’와 같이 억울하게 죽어간 여성이 지난해에만 천여 명에 이르렀는데, 파키스탄 현행법상 명예살인은 희생자 가족이 용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이 있어서 죄가 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론화 되며 거센 비난을 받게 되자, 파키스탄 정부가 예외조항을 삭제해 명예살인을 모두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일부 이슬람 문화권에서 잘못된 관습으로 인해 여성들에 가해진 ‘명예살인’. 국제적인 관심과 제재로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는 새로운 법을 제정해 명예살인을 살인으로 인정하고 처벌한다고 하지만 워낙 뿌리 깊은 관행으로 이어온 것이어서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 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 수많은 이슬람국가는 전혀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

더 많은 무고한 여성들이 ‘명예살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기 전에, 실효성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이슬람 국가의 근본적인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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