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향긋한 커피 광고에서 인자한 미소를 보이는 꽃중년,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로 인식되던 그가 근육질의 섹시한 상남자로 돌아왔다. 그의 탁월한 연기 외에도 예순이 넘은 나이를 잊게 하는 그의 탄탄한 몸과 강렬한 눈빛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바로 영화 <사냥>으로 스크린으로 돌아온 ‘안성기’다.

▲ 출처 / 영화 <사냥> 스틸컷

안성기의 연기 생활은 우연한 계기로 59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영화 기획자 안화영 선생이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안성기를 영화 배우로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1957년 안성기의 아버지 친구였던 김기영 감독이 영화 <황혼열차>를 찍던 중 전쟁 고아를 캐스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자 안성기는 우연히 이 영화에 출연을 하게 됐다. 그 이후로 ‘모정’ 등 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아역 배우로 활동을 하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연기활동은 고등학교 진학 후 접게 됐다. 대학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한 그는 졸업한 후 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하려 했지만, 졸업할 때쯤 베트남전이 종전됐고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가 끊기자 베트남어는 사회에서 쓸모가 없게 됐다.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던 당시 상황이었지만 안성기는 취직을 하지 못한 채 20대 중반을 맞게 됐다. 그래서 그는 다시 ‘연기’로 눈을 돌렸고 성인 연기자로서 다시 영화계로 뛰어들게 됐다.

▲ 출처 /영화 <바람불어 좋은날> 스틸컷

그러나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찍기 전까지 4편의 영화를 출연한 안성기는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이 때 안성기는 좌절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무명생활을 하는 시기동안 총 네 편의 시나리오를 썼고, 출연하는 영화의 감독들과 시나리오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에 대한 이해를 늘려갔다. 그러던 중 <바람 불어 좋은 날>에서 안성기가 맡은 ‘덕배’역은 그를 새로운 배우로 탄생시켰다. 1980년 광주 사건이 있던 해에 개봉한 <바람 불어 좋은 날>의 덕배는 당시 하고 싶은 말을 있지만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민중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캐릭터로 안성기는 덕배를 통해서 관객들의 뇌리에 남게 됐다.

▲ 출처 / 영화 <부러진 화살> 스틸컷

1980년대 영화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안성기는 배우와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1980년대 영화는 에로티시즘, 멜로, 코미디가 주를 이루면서 영화가 사회 참여를 이끌어 내거나 어떤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배우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안성기는 한국 영화가 담지 못했던 이야기와 주제의식을 담은 영화들을 선택하기 했다. ‘좋은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본인 뿐만 아니라 함께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의미있는 작품을 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 출처 / 영화 <라디오스타> 스틸컷

그렇게 좋은 시나리오를 영화 선택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그가 맡은 영화 캐릭터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어졌다. 내시부터 왕, 비리 경찰, 정치부 기자, 킬러, 거지, 디자이너 등 역할의 다양함은 물론 주연과 조연도 가리지 않고 맡았다. 비록 조연으로 비중은 줄었지만 그만큼 더 무게감있는 역할들을 맡게 됐다. 특히 2001년 개봉한 무사를 통해서는 조연상을 받기도 했고, 실미도의 최준위 같은 강한 캐릭터를 맡기도 했다.

▲ 출처 / 영화 <실미도> 스틸컷

그가 이렇게 꾸준히,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안성기는 30년 전 산 청바지가 지금까지 맞을 정도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왔다. 준비가 잘 된 상태에서 현장에 임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오랫동안 안성기가 영화 현장에 머무를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중년 배우의 정년을 더욱 늘리고, 스크린에서 계속해서 보고 싶은 배우로 남고 싶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 출처 / 영화 <사냥> 스틸컷

최근 개봉한 영화 <사냥>에서 노인, 할아버지, 영감이 아닌 단단한 엽사들과 대적할 수 있는 남자였으면 싶었다는 안성기씨는 섹시한 근육을 가진 상남자로 다시 탄생했다.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배우, 그래서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배우, 그를 통해 관객들에게 언제나 높은 만족감을 주는 배우 안성기가 앞으로도 영화 속에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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