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희피(喜披), 한복을 입은 히피 여행가 ‘이예나’ [시선인터뷰]
한국 희피(喜披), 한복을 입은 히피 여행가 ‘이예나’ [시선인터뷰]
  • 보도본부 | 이승재 인턴기자
  • 승인 2016.06.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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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승재] 우리가 평소에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고민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나는 진짜 한국인일까?’, ‘나는 누구일까?’라는 고민은 바쁜 일상 파묻혀 살다보면 머리 혹은 마음 한 편에 그냥 묻어둔 채 지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군가 묻어둔 질문을 나에게 물었을 때 우리는 종종 멍해지고는 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여행 중이다. ‘나는 누구고, 나는 정말 한국인이 맞는 것일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본인을 喜披(희피 / 기쁠 희 나눌 피)라고 소개하는 자유 여행가 ‘이예나’씨를 만나봤다.

PART 1. 나는 누구고, 언제 행복한 것일까?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 저는 스스로를 '한복입고 세상을 방랑하는 희피, 한국희피' 라고 설명합니다. 남미에서 여행하면서 여러 히피 여행자들을 만났는데요. 삶의 안정성이나 돈 보다는 '자유'와 '행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주변 사람들과 조건 없이 나누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 저는 단숨에 매료되었고 오랫동안 느꼈던 갈증을 해결하는 듯한 해방감, 행복감에 젖었습니다. '자유, 행복, 나눔' 저는 우리사회에서 늘 두 번째, 세 번째로 밀려나는 이 가치들을 복원하고, 제가 느꼈던 해방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쁠 희, 나눌 피 자를 써서 한국 희피라는 이름을 짓고 한국에서 희피로서의 삶을 추구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죠.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하게 된 계기 무엇인가요?
- 처음 계기는 아주 단순했어요.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미국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묻더군요. '너는 한복을 좋아한다면서, 왜 네가 좋아하는 옷을 입지 않아?' 단순한 질문이 었지만, 스스로 자기표현하지 않는 삶, 능동적이지 못한 삶에 대해 일깨우는 질문이었고, 그 질문으로 저는 제 삶의 방향을 180도 전환하게 되었죠.
도제식 수업과 줄세우기식 평가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검열하는 데 익숙해져있었다는 걸 깨달았던 거에요. 남들과 다른 것은 틀린 것, 실패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면서 어느샌가 저는 자신만의 색깔, 개성 따위 없는 무채색의 제가 되어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저는 한복과 여행을 도구 삼아 나 자신을 다른 사람앞에서 드러내는 방법을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지금 저에게 한복은 '이예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가장 강렬한 색인 셈이에요.

 

굳이 한복을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살다보면 그냥 이유 없이 끌리는 것들이 있잖아요. 내 남자 내 여자 처럼. 그게 저에게는 한복이었어요. 어릴 때 부터 장구를 치면서 한복을 입을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친숙해지면서 저는 한복만 보면 두근 두근하는 한복 덕후가 되어 있었죠.
그리고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었어요. 미국에서 1년 반 동안, 사람들은 나를 단순히 '이예나'라는 개인으로 인식하는 것이라 '한국에서 온 이예나' 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게 됬어요.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그 사람들에겐 한국 그 자체로 보이는 것이었죠. 특별하게 생각해본적 없던 나의 국적이 처음으로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 여행하는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인이 되보자 생각하게됬죠.

 

장기간의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제가 미국에 있으면서 ‘제가 좋아하는 게 이런 거구나’, ‘내가 하고 싶은 게 이런 거구나’생각을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왜냐면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나를 증명하는 내 이름, 내 나이, 내 학벌, 내 전공, 토익 점수 이런 걸로는 나를 진짜 증명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나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고, 또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뭘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런 생각을 미국에서 하게 됐고. 이 생각을 가진 상태에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걸 다 잊을 것 같았어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비교해보면, 치히로가 내 이름이고 현실 속에서는 센으로 살고 있잖아요. 저는 이대로 한국에 가면 또 센으로 돌아갈 것 같았아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속에서 치히로라는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기억이나 경험이 필요했던 것처럼 저에게도 강렬한 기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남미로 향했어요.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한국 사회에 돌아와도, 내가 자유롭지 못했던 사회에 돌아와도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해외에서부터 시작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혼자 시작하기엔 조금 힘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은 어떻게 받았나요?
-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제가 하려고 하는 일을 알려서 도움을 청했어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후원금도 모았고 언론사들이나 한복 디자이너, 관련 동호회에 도움도 요청하고 하면서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준비해갔어요.

한복을 입고 얼마나 다녔고, 그동안 다녔던 곳은 어떤 곳이 있나요?
- 한복을 입고 여행한 지는 해외에 있었던 건 햇수로 3년이고 한복을 입고 전 기간을 여행한 건 446일예요. 오늘이 13일째 국내 여행이니까 그거 포함하면 459일이네요. 우선, 미국에서 있다가 캐나다 여행도 중간에 다녀오고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까지 다녀왔어요. 주로 북남미를 여행했어요.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주로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일반적인 반응들이었죠. ‘굉장히 예쁘다’, ‘어디서 난 옷이냐’, ‘나도 사고 싶다’, ‘입어보고 싶다’ 등등의 반응들을 보였어요. 그래서 실제로 제 옷을 외국인들이 입어보기도 하고. 한복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어요. 특히 전통 한복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또 중간에는 제가 직접 한복을 개량하기도 했어요. 저고리를 벗어서 한복을 묶는 방식을 달리해서 탑 드레스처럼 입거나 저고리나 치마에 페루나 볼리비아의 전통 패턴을 붙여서 그 나라의 문화와 한복의 조화를 시도했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도 외국 친구들이 참 좋아했어요.

한복을 입고 다녀서 오히려 차별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 오히려 ‘특별대우’를 받은 것 같아요. 나쁜 차별은 전혀 없었고, 어디 출입할 경우에도 사람들이 공주가 왔냐고 친절하게 대해주기도 하고 특별한 사람처럼 대우해줬어요.

 

해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이 있나요?
- 한복을 입고 3박 4일간 트래킹을 간 적이 있었어요. 4~5000m사이의 고산 트래킹을 갔는데 이제 처음에 같이 간 친구들은 당황했을 거예요. 제가 한복을 입고 트래킹을 가는 모습을 보고 당황을 했죠. 트래킹을 처음 할 때는 힘들어서 꼴찌로 출발하고 그랬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더 힘내서 둘째 날에는 더 힘내서 올라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상에 맨 먼저 올라갔어요. 그 때 정상에 올라가서 친구들이 찍어준 예쁜 사진들이 정말 많아요.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 외국인 친구들의 마음을 돌렸던 것 같아요. 그때 그 순간에는 친구들이 알아서 사진을 찍어주면서 ‘네가 한복을 입는 이유를 알겠다’, ‘한복이 정말 예쁜 옷이구나’라고 말해줬을 때 정말 보람찼어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여행 도중에 느꼈던 기쁨과 감동, 지금까지 찾아왔던 대답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다. 한복을 입고 다니는 여행을 통해 한국을 사랑하고 또 자신까지 사랑할 줄 아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예나씨. 그녀는 지금 한국에 들어와서도 국내 무전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녀가 계속해서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여행을 통해서 그녀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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