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의 하락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 ‘유리바닥’ [지식용어]
상류층의 하락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 ‘유리바닥’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이승재 인턴기자
  • 승인 2016.06.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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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승재] 세계는 유례없는 경제 불황을 겪고 있다. 석유로 부를 쌓던 산유국은 저유가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개발도상국은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인해 세계의 경제 규모는 정체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이처럼 경제 둔화로 인해 부의 총량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은 한 사람이 이익을 본 만큼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상황을 만들어낸다. 결국 저소득층이 돈을 벌어 상류층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상류층에서 그만큼 돈을 잃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동안 부를 세습하면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경제, 정치, 사회 전반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만든 상류층이 하락하는 것은 서민들이 상류층으로 올라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 아라마루의 유리바닥(출처 / 시선뉴스DB)

이처럼 상류층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프라를 구축해 상류층의 하락을 어렵게 만드는 것을 ‘유리 바닥’이라고 한다. 여성이나 유색인들이 회사에서 승진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때, 그 한계를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 하여 유리 천장이라 하듯이, 상류층의 하락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유리바닥’이라고 하는 것이다.

실제 런던정치경제대학이 1970년 태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45년간 사회적 신분 이동을 분석한 결과, 1975년도에 당시 5세였던 아이들에게 실시했던 인지 검사 지수와 상관없이 부유한 아이들은 빈곤한 아이들에 비해 눈에 띄게 더 높은 신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인적인 능력이 부족해도 사회적 지위가 그들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심지어는 부자들이 해가 갈수록 한정된 부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유리바닥 밑에 있는 사람들이 더 짓눌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평균 자산 1억 달러가 넘는 슈퍼 리치의 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나 2020년에는 세계 부의 52%를 차지할 전망이다.

문제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심각하다. 2014년 전국의 8700가구를 대상으로 상위 10%, 하위 10%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집계한 결과 1990년대 상위10%는 약 209만 원, 하위 10%는 약 24만 원 가량을 받아 8.5배의 차이가 났지만, 2014년에는 상위 10%가 1,062만 원, 하위 10%가 89만 원 가량을 받아 11.9배 차이가 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임금 격차가 커지는 것이다. 조사원이 접근하기 힘든 고소득자나 저소득층이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실제 격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중산층 비중은 70.1%였던 2003년에 비해 2009년에는 67.7%로 감소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커진 상태에서 중산층이 줄어든다는 것은 잘사는 사람은 점점 잘살게 되고, 못하는 사람은 점점 못살게 됨을 의미한다.

경제 성장이 활발하던 과거에는 사회 전체의 부의 크기가 커지면서 나눠가질 부가 생기고 그로 인해 신분 상승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부의 크기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상류층들은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고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에 급급하여 부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낙수효과(부유층의 투자, 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국가적인 경기부양효과로 나타난다는 현상)를 주장하며 대기업의 규제 완화 등을 주장했던 정부의 정책은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었고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경제 불황이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욱 강화되는 것은 ‘금수저’라 불리는 극소수의 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유리바닥을 깨자는 주장이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하니까 부자들의 가진 재산을 빼앗아 나줘 주자’는 것은 아니다. 유리바닥을 깨는 것은 사회의 한 쪽에 쏠린 부의 정체를 해소하고, 그로 인해 균형 있는 국가 경제를 이룩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사회적 제도와 조세 정책을 통해 부의 적절한 분배와 순환을 이뤄낸다면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균형 있는 국가 경제를 만들어 유리바닥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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