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새로움이라는 것은 기존의 인식, 물건들에서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기존에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존재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 한 인지된 속성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나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부류의 존재들이 만났을 때 새로운 관점이 생겨나고, 새로운 시각이 만들어지며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요소들이 만났을 때 각 요소들이 갖는 에너지의 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을 ‘메디치 효과’라고 한다. 즉, 서로 다른 수많은 생각들이 만나는 지점을 교차점이라 하는데 이 지점에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 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메디치’라는 용어는 15~16세기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유래됐다. 메디치 가문은 이때 당시 예술가, 과학자, 상인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금전적, 정치적으로 후원했다. 메디치 가문은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15세기 유럽의 중심세력으로 성장했는데 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그 결과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오나드로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케 등 유명 예술가들 또한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메디치 효과는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건축가 믹 피어스는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에 에어컨 없는 쇼핑센터를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개미집의 온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원리를 이용해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쇼핑센터를 지을 수 있었다. 건축학과 생물학이라는 이질적인 학문을 접목시켜 건물의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이 외에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수학자, 고전학자, 과학자, 언어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암호 해독팀을 만들어 독일 해군의 암호인 이그니마를 해독하기도 했다.

메디치 효과는 어떤 한 분야가 특출하게 성장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질적인 분야가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메디치 효과가 나타나기 쉽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진행된 대학 학과 구조조정 사업 ‘프라임 사업’은 실용성을 내세우며 학과들을 통폐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용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공과대학의 수업은 지원을 늘리는 한편, 취업률이 낮고 실용성이 낮다고 생각되는 인문학, 어문학 등의 분야는 학과가 사라지거나 정원이 축소되는 등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최근 사회에 불었던 인문학 열풍과 기업이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한 것은 인문학과 서로 다른 이질적 분야의 조합이 가져다 줄 새로운 결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계의 현실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취업률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특정 학과들을 고사시키고, 그 결과 서로 다른 학문 간의 통섭이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폐쇄적 집단은 고정된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다보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요즘. 진정한 혁신을 추구하고 싶다면 특정 분야의 학문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들이 함께 성장하고 그들 사이에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메디치 효과’를 키우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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