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누군가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전임자가 세워놓았던 기록이 대단하다면 그 중압감도 굉장히 클 것이다. 이런 어려운 자리를 맡는다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행복하고 영광스럽다며 그 자리를 흔쾌히 받아들인 사람이 있다. 바로 ‘율리 슈틸리케’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4강 신화는 우리 국민들에게 외국인 감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 놓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 이후 선임된 코엘류, 본프레레 감독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아드보카트 감독 또한 월드컵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외국인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낮아졌다. 그 이후에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이 느낀 부담감과 중압감은 상당했다.

▲ 출처 / 위키미디어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소신과 원칙으로 그 부담감과 중압감을 이겨냈다. 슈틸리게 감독의 가장 큰 원칙은 ‘실력’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슈틸리케는 잘하는 선수들을 찾아내기 위해 직접 K리그 경기장을 방문하는 등 선수 선발의 기준을 오롯이 ‘실력’에만 맞췄다. 2015년을 기준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총 59명의 선수들을 대표팀에 불러들였고, 그들에게 실력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슈틸리케의 원칙은 이정협, 권창훈, 이재성, 김승대 등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새로운 샛별들을 많이 발굴해냈다. 이런 슈틸리케의 모습에 ‘찍으면 뜬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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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의 남다른 눈은 선수들에게 기회보장과 동기부여에만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선발에 있어서 직접 프로축구 1·2부 리그를 다니며 선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하고, 계획 아래 경정을 내린다. 이러한 분석과 계획은 새로운 선수가 출전했을 때 호흡이 잘 맞는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게 함으로써 그들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게 해줬다. 실제 인천 아시아 게임에 출전한 이종호는 “아시아 게임을 같이 뛰었던 선수들과 2선에 서면서 단기간에 조직력이 만들어져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 선발의 원칙뿐만 아니라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주는 선수에 대한 신뢰는 경기장의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 동아시안컵에 출전한 선수단 23명 중 골키퍼를 제외한 20명 중 18명이 최소 60분 이상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면서 슈틸리케는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했다. 또 감독이 의도한 전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선수 개개인들이 전술을 바꾸는 것도 허락했다. 중국에 1-0으로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김승대가 수비를 교란한 뒤 반대편에서 파고드는 이종호에게 공을 연결해 추가골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바로 선수들의 전술변화로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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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동아시아컵에서 북한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끈 후에 슈틸리케 감독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물론 자력으로 우승컵을 따내지 못해 중국과 일본의 경기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슈틸리케는 선수들을 감싸는 따뜻한 말과 응원의 말을 남겼다.

선수들을 존중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팀을 이끌어온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축구팬들로부터 ‘갓틸리케’로 불리고 있다. 최근 유럽 원정에서 스페인에게 크게 져 축구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슈틸리케는 대패 이후 체코전에서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슈틸리케의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애정은 선수들이 경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단단한 팀워크와 믿음으로 똘똘 뭉친 슈틸리케호의 다음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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