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사람들은 항상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더 깨끗하게, 더 편리하게 살고 싶은 욕심에 인위적으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곤 한다.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살균제 DDT가 인간에게 끼친 악영향을 폭로했듯이 새롭게 만들어진 물질은 우리에게 어떤 악영향을 줄지 제대로 알지 못 한 채 사용됐고, 그 폐해는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축적되어왔다.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 출처 - 픽사베이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은 화학제품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였고, 직접 친환경 제품들을 만들어 쓰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을 ‘노케미(No-Chemistry)족’이라고 일컫는다. 말 그대로 화학제품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법을 찾아가며 자신을 화학제품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이에 밀가루, 베이킹 소다, 식초 등 천연으로 쓸 수 있는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노케미족이 생겨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들로 인위적인 화학 물질을 대체한다는 것은 피부에 자극을 줄여줘 개개인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새로운 화학물질로 인해 발생할 환경오염이나 피해를 줄인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였던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노케미족의 급증은 이제는 개인의 안전은 개인이 지킬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 온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케미족 확산의 기저에는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믿을 것은 나뿐이다.’라는 생각에 각자가 살 길을 모색하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된 것이며, 개인이 각자 자신의 살길을 모색한다는 것은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서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모두가 동등하게 안전을 보장받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개인을 보호할 사회적 제도와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제도와 법령이 굉장히 미비한 상황이다. 정부는 1991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시행하면서 그동안 사용된 3만 7천여 종을 기존 화학물질로 지정했고 지금까지 겨우 600여 건만 유해성 검사를 실시했다. 또 현행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르면 제조, 판매사는 환경부가 지정한 몇 개의 유해물질 성분만 표시하면 모든 물질을 밝힐 의무가 없다. 현재의 법과 제도들이 어떤 성분이 이 제품에 들어있는지 알아야 할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여전히 우리에게 큰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쉽게 그 관심이 없어져서도 안 되는 문제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을 개인의 역량에만 맡기는 것은 큰 한계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심을 국민들 스스로가 해결하게만 두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화학제품의 사용을 줄이려는 개개인들의 노력과 함께 화학제품을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와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국가 및 관련부처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훨씬 더 안전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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