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반려동물의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고, 그 시장 규모 또한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고통 받고 있는 동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대해 고민하고, 고통 받는 동물들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단체가 생겨나고 있다. 그 중 구호동물협회 케어의 ‘박소연’ 대표를 만나 보았다.

PART 1. 인간과 동물,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발걸음

구호동물 협회 ‘케어’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 구호동물협회 ‘케어’는 2002년 설립해서 처음에는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그러다 작년부터 케어라는 영문 명칭으로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활동으로는 동물보호법의 주요한 사안들은 케어에서 개정을 주장했고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 실태 조사, 학대 고발 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국민들의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전문가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케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 유기견 입양 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 운영 인력 같은 경우는 지금 회원 수는 8만 명 정도 되고, 정기적으로 후원해주시는 분은 5천 명 정도, 상근 활동가는 25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활동가 수가 부족해서 현재 케어에서 지금 하려고 하는 캠페인들을 다 진행하려면 활동가는 현재의 두 배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한 명의 활동가가 정말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호 활동이나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하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충당하시나요?
- 자금은 99% 개미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기부는 이제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그렇게 크지 않아요. 또 정부의 지원은 전혀 받고 있지 않은데요. 정부에 너무 의존하다보면 자체 활동을 하기 힘들어지고, 정부에 쓴 소리를 내야 할 때 제약을 받을 수도 있어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들을 보면 정부의 지원이 끊기게 되면 단체가 해산해버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인력도 자금도 굉장히 부족한 상황에서 동물 보호운동을 하다보면 참 힘드실텐데,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어렸을 적에 저는 동물을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또 그만큼 좋아하는 개 고기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쯤인가, 등굣길에 엄마와 함께 가고 있는데 자주 가던 정육점 앞에 큰 트럭이 한 대 서있고 아저씨들이 뭔가를 내리는 모습을 봤죠. 도축된 동물들이었죠. 그 때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내가 크면 동물들을 보호하는 일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런 일을 하겠다고 하니까 부모님께서 너무 걱정을 하시길래, ‘돈을 많이 벌어서 동물 보호운동가들을 후원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20대 후반쯤에 우연히 동물 단체에 대해서 알아보게 됐는데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원 활동을 시작했고 단체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동물 학대 현장을 가보면 정말 비참하고 힘든 상황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그런 것 때문에 힘드시진 않으신가요?
- 많죠. 정말 힘든 적이 많았어요. 근데 실상 동물 학대 상황을 보고 힘들어서 그런 적은 많지 않아요. 제가 그런 상황을 보고 울면서 힘들어 하는 것이 제 마음의 위안일 뿐이더라구요. 차라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이미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집중하다보면 그런 아픔은 이겨낼 수 있었어요.

동물 보호 운동을 진행해면서 혹시 후회하셨던 적은 없으신가요?
- 동물 보호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우리나라에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은 많은데 그런 분들이 너무 감정적으로 이상적일 때였던 것 같아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안락사 문제’인데요. 저희 단체는 2011년까지는 워낙 많은 동물들을 구조하다보니까 안락사가 불가피했어요. 대신 저희는 2~3년 정도 정성껏 보호하다가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안락사를 시켰습니다. 다른 구호 동물들을 수용하려면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죠.
그런데도 동물보호단체가 안락사를 한다고 비난을 많이 받았죠. 이미 동물 보호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서양에서는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감정적으로 대처하다보니까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단체도 2011년부터는 안락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는데요. 저는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에게 들어오는 구호 요청을 외면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거든요.

 

그렇다면 반대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2006년 ‘장수동 개 지옥’ 사건을 꼽을 수 있는데요. 장수동 개 지옥 사건은 우리나라 동물 보호법이 처음으로 개정되게 된 계기예요. 그 때 장수동에서 불법으로 개 500마리를 사육하던 곳이 있었는데 그게 강제 철거됐어요. 그런데 여기서 기르던 동물들을 옮길 수가 없으니까 지자체에서는 아스팔트 위에 펜스를 쳐놓고 그 개들을 한 군데 몰아놨죠. 그렇게 두니까 개들이 서로 물어 죽여서 100마리 정도 남게 됐는데, 그 때 저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인을 힘들게 설득을 해서 50마리는 데리고 올 수 있었는데, 나머지 50마리는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에 개를 훔치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저희가 개를 태울 트럭을 빌려서 활동가 20명 정도가 모여 나머지 50마리를 데리고 왔죠. 그렇게 데리고 온 개들을 광화문 광장으로 데리고 왔고, 그 때 동물들을 구호할 수 있도록 동물 보호법에 압수권이든 피난권이든 넣을 수 있게 개정해 달라는 집회를 열었어요. 그래서 그 다음해 동물보호법에 피난권이 들어가게 됐죠. 그게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 보호법을 개정하게 된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도 동물보호법 개정을 꾸준히 주장하고 계신데 어떤 점들이 더 보완이 되어야 할까요?
- 저희가 지금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강아지 공장’ 같은 곳들을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현재 번식장은 신고제고, 펫샵은 등록제인데 이 두 곳 모두 실질적으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단속 사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니까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못한 번식장이나 펫샵들이 늘어나게 됐죠. 그러다보니 동물들을 무료로 데러가거나 호기심, 충동심에서 쉽게 동물을 데려갈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유기 동물들도 점차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기적으로는 번식장과 펫샵에 대한 등록제 전환과 함께 단속에 걸린 곳은 다시는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법안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개정을 통해서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서양처럼 강아지 공장을 금지하는 추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가슴 아픈 동물의 이야기를 할 때는 눈물을 흘릴 것처럼 아파했지만, 동물 보호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결연해보였다. 박소연 대표는 동물 보호의 현실과 앞으로 개정해 나가야 할 문제점 이외에도 동물 보호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 시간에는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박소연 대표의 메시지를 들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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