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유현] 사천시가 보관중인 조선왕조의궤(朝鮮王朝儀軌)인 ‘세종대왕단종대왕태실수개의궤’ 3건 3책이 지난 5월 3일자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901-4호로 지정됐다.

‘조선왕조의궤’는 의궤란 ‘의례 행사’와 어떤 일의 본보기가 된다는 ‘궤범’이 합쳐진 말로, 왕실이나 국가에 있었던 행사들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따라서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왕조 역사동안 국가에 있었던 행사들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조선왕조의궤는 도화서의 화원이 나라의 행사가 진행되었던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적은 것으로 일반 기록 문서와는 달리 글보다는 그림이 중심이다. 의궤에는 행사를 치를 때 필요한 문서와 과정, 담당자 명단을 비롯해 동원된 인원, 경비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후대에 동일한 행사를 치를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 출처/위키미디어

의궤는 왕이나 세자의 탄생, 책봉, 즉위 혼례를 비롯해 종묘 행사나 사진 접대와 같은 국가적인 행사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이것을 행사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여 이름을 붙였다. 왕실의 혼인일 때는 <가례도감의궤>, 세자 책봉 행사는 <세자책례도감의궤>, 궁중 잔치를 기록한 <진찬의궤> 등이다. 그 중 많은 전문가들이 최고로 의궤로 꼽는 것은 임금과 왕비의 결혼식 절차를 기록한 <가례도감의궤>이다.

이 같은 조선 왕조 의궤가 특별한 이유는 같은 유교문화권을 형성했던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한 기록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이 가치를 알아본 유네스코는 2007년에 조선왕조 의궤를 세계인이 보존해야 할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했다. 현재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의궤는 서울 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에 소장된 546종과 2,940책과 한국학 중앙 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287종 490책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에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초기에 제작된 의궤는 임진왜란 중에 불에 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과 한국학 중앙 연구원 장서각, 프랑스 국립 도서관과 일본 궁내부에 보관되어 있는 의궤들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에 제작된 것이다. 그리고 현존하는 모든 의궤들이 모두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도 안타까운 점 중 하나다. 현재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자료는 우리나라에서 보관하고 있는 833종 3430책으로 유네스코에서는 기본적으로 만든 나라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와 일본에 보관되어 있는 의궤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의 국가 행사와 왕실의 독특한 예법에 대한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 있어 역사적 사료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큰 조선왕조의궤. 보물로 지정된 만큼 더 철저한 관리를 통해 후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할 것이며, 다른 나라에 있는 나머지 의궤들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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