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지난 17일 새벽 소설가 한강(46)이 영국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수상작인 '채식주의자'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17일 수상이 된 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루 동안 3천200부 팔려나갔고, 이는 전날(200부)에 비해 판매량이 무려 16배나 뛴 수량이라고 합니다.

 

맨 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채식주의자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보이드 톤킨 심사위원장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독창적이며, 또 부드러움과 공포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심사위원들 역시 "간결하고 마음을 뒤흔들며 아름답게 구성된 작품"이라면서 '미와 공포의 섬뜩한(uncanny) 혼합'이라고 '채식주의자'를 명명했습니다.

이어 톤킨 위원장은 "자칫 거친 호러물이나 멜로드라마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 또는 지나치게 강한 알레고리로 전락할 수 있는 기이한 이야기였다"면서 "하지만 (한강은) 이를 다루는 탁월한 균형감과 재치, 절제력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는 어떤 내용의 책일까요?

소설 채식주의자는 소설가 한강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꿈에 나타난 영상으로 인해,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영혜의 남편 '나'는 처갓집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립니다. 그리고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그어버리죠.

육식 거부에서 시작해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이 이르는 영혜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순결한 존재가 된다는 내용에서 소설은 전개됩니다. 소설의 이러한 내용은 한 여자를 둘러싼 우리의 세계가 얼마나 많은 폭력으로 둘러싸였는지 보여주는 은유와 상징으로,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가장 알리고자 하는 중요한 주제는 '인간의 폭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소설 채식주의자는의 맨부커상 수상은 우리나라 문학계에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수상 받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번 수상은 단순 수상의 의미를 넘어 우리나라 글을 충분히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미하는 바가 깊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문학은 그 가치가 뛰어남에도 그 가치를 전달할 번역가가 없어서 문학상을 타지 못했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죠. 번역자인 데보라 스미스가 찬사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차갑게 외면 받고 있는 문학계에 생긴 모처럼 만의 경사스러운 일. 채식주의자 열풍이 지속되어 문학과 가까이 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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