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시라] 지난해 8월 경찰서로 “딸이 자살할 것 같다”는 한 아버지의 긴급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나 담당경찰은 다른 민원 일을 처리 중이었고 30분이 지나 현장에 출동해보니 이미 그 여성은 6분 전 투신해 숨진 상태였다. 경찰이 한 발만 빨랐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이 뿐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경찰이 "남편이 술에 취해 칼을 들고 딸을 죽이겠다고 위협한다"는 신고를 받고 9분이 지나서야 현장을 찾았다. 가게 앞에 주차된 차 때문에 오토바이를 들여놓을 수 없다는 민원을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역마다 배치되어 있는 경찰서는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시민을 위해 일하는 경찰의 수도 한정되어있다.

▲ 출처 - 픽사베이

이 때문에 앞서 설명한 사례처럼 긴급한 상황처리가 일반 민원 때문에 늦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 작년 112 신고 건수 가운데 44.9%은 긴급성이 떨어지는 사건이었고, 43.9%은 출동이 필요 없는 상담·민원성 신고에 몰렸다. 이 때문에 112 신고 경험이 있는 시민 10명 중 4명 이상이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지연도착'을 꼽았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4월 1일부터 경찰청은 긴급한 신고를 먼저 처리하고자 112 신고 대응 단계를 종전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했다. 종전에는 긴급도에 따라 코드1(긴급), 코드2(비긴급), 코드3(비출동)으로 분류하던 112 신고 대응 단계를 가장 긴급한 코드 0과 비긴급 코드 4를 추가해 총 0~4로 다섯 단계로 나눈 것이다.

경찰이 지난 2009년 긴급도에 따라 3단계 112 신고 대응체계를 갖췄지만, 긴급-비긴급 간 신고 접수부터 현장 도착까지 소요시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대응체계를 세분화한 것이다.

코드0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고 신고가 끊기는 등 강력범죄 현행범으로 의심되는 경우로 긴급 출동한다. 코드1은 모르는 사람이 현관문을 열려고 한다는 등 생명·신체에 위험이 임박하거나 발생한 경우에 해당해 둘 다 '최단시간 내 출동'이 목표이다.

코드2는 생명·신체에 잠재적 위험이 있거나 범죄 예방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 코드 0∼1 처리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신속 출동한다. 코드3은 '며칠 전 폭행을 당해 치료 중이다'라는 등 즉각 현장 출동은 필요하지 않으나 수사나 상담이 필요한 경우로, 당일 근무시간 중 처리가 원칙이다. 이 외에 종전 코드3으로 분류된 민원·상담 신고사건은 코드4로 바꿨고 신고를 받으면 출동 없이 관련 기관에 인계하기로 했다.

선진국의 경찰 출동 체계는 이보다 더 세분화되어있는데, 미국 휴스턴 경찰국의 경우 긴급성에 따라 신고를 10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며, 영국 수도경 찰청은 비긴급 신고는 최장 48시간까지 출동 시한을 두었다.

이는 한정된 인력과 장비로 여러 사건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112 신고 대응체계가 정착되기 위한 ‘성숙한 신고문화’와 ‘국민의 협조’이다. 단순 민원 신고에 늦은 대응처리를 양해하고, 긴급한 순찰차가 지나갈 경우에는 ‘내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양보한다면 112 신고 대응 체계가 보다 빨리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긴급한 사고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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