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시라] 홀로코스트 비극을 다룬 영화 ‘사울의 아들’이 지난 2월 28일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인감독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제68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 4관왕을 수상했고 해외 유명 언론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44년 아우슈비츠의 시체 소각장에서 시체 처리반인 ‘존더코만도’로 일하는 주인공 사울이 시체 속에서 아들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존더코만도'는 유대인들을 안심시켜 가스실로 유인하고 시체를 불태우고 남은 재를 강물에 버리는 일을 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었지만, 그들조차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숨만 쉬고 있을 뿐 자신들도 언젠가 죽고 말 것이라는 불안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 아우슈비츠 수용소 [사진출처= 유네스코 홈페이지]

이런 비참한 일이 벌어진 배경은 1933년 히틀러가 독일의 권력을 장악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에는 50만 명이 넘는 숫자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나치는 그들의 상점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였고 유대인에 대한 모든 차별을 정당화하는 ‘뉘른베르크 인종 차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1938년 ‘수정의 밤’을 기점으로 유대인 대학살이 독일 전역을 물들였다.

영화 속 배경은 바로 유대인들이 강제로 끌려간 ‘아우슈비츠 수용소’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상징으로, 아직까지 당시 시체를 태운 소각로와 유대인들을 실어 나른 철로, 고문실 등이 남아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1940년에는 폴란드 정치범이 수용되었지만 1941년 히틀러의 명령으로 유대인 대량살해시설로 확대되었다. 이곳으로 온 유대인은 가스, 총살, 고문, 질병, 굶주림, 인체실험 등을 당했고, 이로 사망한 사람이 4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희생자의 유품은 재활용품으로 활용했고 금니는 금괴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희생자의 머리카락으로는 카펫을 짰으며, 뼈를 갈아서 골분비료로 썼다.

바로, 이들의 시체를 나르고 살인을 도운 사람인 영화 속 ‘존더코만도’는 독일어로 ‘특수부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존더코만도는 다른 수감자와 마찬가지로 수용소 안에 갇혀 있었는데, 다른 수감자처럼 바로 죽임을 당하지 않았고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독일의 학살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이들은 어느 정도 일을 하고나면 마찬가지로 죽임을 당했다. 존더코만도가 처음 수용소에 들어오면 그의 선임자의 시체부터 처리했다고 한다.

‘사울의 아들’에서 우리가 본 존더코만도 사울은 다른 홀로코스터 영화의 주인공과는 달랐다. 유대인의 해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았다. 어쩌면 다른 홀로코스터 영화의 조연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사울은 묵묵하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시체처리 일을 해낸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한 시체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한 노력들은 더욱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감동과 슬픔을 남겼다.

우리는 그동안 홀로코스터 영화에서 나치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다 쓰러진 주인공을 보며 나치의 행각을 비판하기만 했다. 그러나 ‘사울의 아들’의 주인공은 피해자임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가해자’이다. 이처럼 ‘홀로코스터’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보여준 ‘사울의 아들’을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그 학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그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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