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시라] 지난 1월 16일 대만의 총통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야당 민진당이 여당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겼다. 4년 전 대만 대선에서 패배했던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는 2016년 1월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지도자가 되었다.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당의 강령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뜻이 깔려 있다. 세계의 전문가들은 대만의 이런 정치적 변화의 원인을 바로 ‘딸기 세대’로 둔다.

 

‘딸기세대’란 대만에서 1981년 이후 출생한 청년층을 뜻하는 말로, 나약하고 무관심하며 자기만족만 추구한다는 뜻으로 나온 말이다. 사회적 압력이나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상처받는 특성을 연하고 무른 딸기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번 ‘쯔위 사건’의 영향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대만 총통선거에서 134만 명의 청년층이 투표에 참여하거나 지지 후보를 바꿨고, 결과적으로 그동안 힘없던 야당이 승리할 수 있던 것이다. 다시말 해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만의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흔들다 중국인들에게 대만 독립운동자라며 엄청난 비판을 받았고, 그에 상처 받고 분노한 대만청년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딸기세대가 들고 일어난 것은 이번 총통 선거만이 아니다. 2년 전에도 '해바라기 운동'으로 저항정신을 표출한 적 있다. 무능력하고 나약하다는 이유로 ‘딸기세대’로 이름 붙여진 그들이 들고일어나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경제위기 직전까지 대만은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지만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경제성장률은 감소했고 실업률은 점점 높아져갔다. 국민당 정권은 이 위기를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에서 찾으려 했고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발표해 사실상 중국과 경제를 통합하다시피 했다. 2013년엔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도 체결했는데 이는 결국 소수 기업의 배만 불렸고 청년들의 일자리는 크게 줄었다. 대만 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 현지로 넘어가다보니 대만 청년들이 취업할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심지어 국민당은 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증여세를 감면했는데, 이로 인해 기업들은 부동산 사들이기에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대만의 아파트 가격은 솟구쳤고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현실 정치에 무관심해 보였던 나약한 ‘딸기 세대’가 일어나 시위를 벌였다. 대만 총선 1년10개월 전 2014년 3월, 청년들은 약 70일 동안 중국 경제 종속에 반대하는 입법원(국회) 점거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서 청년들은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를 들고 운동했는데 이 때문에 시위는 ‘해바라기 운동’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로써 시작된 ‘딸기세대’의 정치 참여로 그 해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은 참패했고, 여론은 민진당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약 1년 2개월이 넘은 올해 초, 총통에서 ‘딸기세대’는 자신들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쯔위 사건’으로 스스로를 대만인이라고 생각하던 청년들은 더 분노했고 적극적인 선거 참여로 이어진 것이다.

대만의 상황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와 많이 닮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제개혁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거의 10%에 육박했고, 수도권의 비싼 집값과 힘든 육아는 청년들에게 결혼 자체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청년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지금 그 기대치가 만족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청년들도 더 이상 무르지 않은 대만의 ‘딸기세대’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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