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재벌과 평사원의 결혼.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이 동화 같은 이야기가 17년 만에 끝이 났다.

지난 1999년 8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6)은 회사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만나게 된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48)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골인했는데 당시 이 결혼은 남성판 신데렐라 스토리라며 세간의 큰 화제가 되었고 임 고문은 당시 신분상승을 꿈꾸던 많은 남성들의 워너비가 되기도 했다.

결혼 후 임 고문은 미국 유학을 떠났고 미주 본사 전략팀을 거쳐 2005년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보로 승진했다. 2009년 12월에는 전무로 승진했고, 2011년 부사장 자리에 오르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고 이 사장은 2001년 8월부터 호텔신라 기획팀에 출근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하여 2005년 호텔신라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 2011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 신데렐라 신화를 썼던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고문의 결혼식(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슬하에 초등학생 아들을 둔 임 고문과 이 사장 모두 삼성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지며 승승장구하여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지만 실상 이들 부부의 사이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별거를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지난 10월 이 사장이 이혼조정과 친권자 지정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본격적인 이혼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들은 두 차례의 조정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절차상 편의라는 이유로 소송이혼의 절차를 밟게 됐고 소송 끝에 14일 이 사장이 임 고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 지정 등 소송 선고 비공개 재판에서 승소하여 이혼이 선고됐다.

이에 친권과 양육권이 이 사장에게 지정되었고 자녀에 대한 피고측 면접교섭권은 월 1회로 결정되었다. 이에 임 고문은 매달 한 차례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임 고문 측 변호인은 "(임 고문은)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친권과 양육권을 원고가 다 가져간 것은 일반적인 판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 입장을 밝혔다.

가정을 유지하고 싶다는 임 고문의 주장으로 아직 재산 분할에 대한 다툼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재산 분할에 대한 소송은 이혼 소송 이후 2년 안에 다시 소송을 낼 수 있어 지금이 아니더라도 향후 이를 놓고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재계 등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 등 1조6000억원 가량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가와 평사원의 비현실적인 격차를 뛰어넘어 사랑만으로 결혼까지 성공했던 세기의 로맨스. 비록 17년 만에 끝이 나기는 했지만 이 부부의 존재와 스토리는 삼성이라는 초국가적인 재벌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진한 인간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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