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대한민국의 축구선수 중 가장 이슈가 많고 스캔들이 많았던 선수 중 하나를 꼽으라면 대부분 이천수(34)를 꼽을 것이다.

▲ 이천수(출처/인천유나이티드)

그는 그라운드에서도 대담하고 거침이 없었으며 그라운드 밖에서도 한결같았다. 이런 솔직한 모습에 대중들은 이천수를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고 약간은 도발적인 그를 귀엽게 봐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 은퇴를 한다. 영원히 에너지를 뿜을 것 같던 이천수도 이제 세월의 흐름에 따따르는 것이다.

이천수는 이른바 ‘천재형’ 축구선수다. 인천 출신인 그는 부평고 재학 시절부터 실력으로 이미 인정을 받아 만으로 19세에 올림픽 대표팀이 되었다. 매우 어린나이에 첫 출전했기 때문에 이천수는 올림픽에 2회 연속으로 출전하는 진기한 기록을 가지게 된다. (올림픽 대표팀은 23세 이하여서 이천수는 19세, 23세에 출전 가능했다.)

▲ 말디니의 머리를 가격하고 있는 이천수(출처/경기영상)

그는 또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웅 중 한명이다. 한국이 4강에 오르는데 있어서 그는 경기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보탬이 되었다. 특히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세계적인 수비수 말디니의 뒤통수를 발로 찬 행동은 당연히 비신사적인 행동이었지만 강호 이탈리아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겠다는 배짱과 대범함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물론 이 행동으로 경고나 퇴장을 받아 이탈리아에게 졌다면 평가는 다시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천수는 2002 월드컵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그의 절묘한 프리킥 실력 때문에 얻어진 ‘아시아의 베컴’이라는 별명에 그는 ‘외모가 베컴을 닮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당돌함도 보였다. 이런 그의 대담한 언변은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도 받았지만 이천수는 그런 대중들의 질타 역시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 넘길 수 있는 대인배 마인드를 가진 선수였다.

▲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이천수(출처/kbs 우리동네 예체능)

그는 활발히 연예계 활동도 하였고 자서전도 냈으며 배우와의 스캔들도 내는 등 일반적인 축구선수들이 하지 않은 길을 개척했다. 또한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도 활약하여 당시의 이천수는 여느 연예인 못지 않은 핫한 스타였다.

이천수는 명문구단인 스페인프리메라리가의 레알소시에다드에서도 활동을 했다. 비록 이렇다할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가장 먼저 명문구단에 진출한 선수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는 0대 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골키퍼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엄청난 프리킥으로 골을 성공시켜 ‘아시아의 베컴’이라는 닉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 그의 열정을 볼 수 있었던 2006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에서 패배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출처/mbc)

그리고 불미스러운 편파판정으로 이래저래 손도 못쓰고 패배하여 16강 진출에 실패했을 때 이천수는 그 누구보다 아쉬워하며 진한 눈물을 보였다. 그의 눈물은 그가 축구선수로서 얼마나 승리에 대한 열정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눈물이었기에 그 감동은 배가 되었다.

2006년 월드컵에는 이천수에 대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또 하나 있었는데 인터넷 투표로 진행되었던 가장 못생긴 선수에 이천수가 1등을 해 버린 것이다. 항상 외모에 자신이 있다는 발언을 해 온 이천수에게 이런 불명예(?)스러운 1등은 기분이 상할 법도 한데 이천수는 이것마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인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이천수는 자신이 어떻게 빛날 수 있는지를 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실력으로 그라운드 밖에서는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한다. 과묵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혹은 권위적인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그의 존재는 어찌 보면 이단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은퇴는 이제 누가 그의 뒤를 이어 그가 했던 역할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 대한민국 축구에서 이천수처럼 도발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출처/mbc)

축구선수라면 경기의 결과는 분명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중의 관심이다. 이천수는 그것을 알고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축구는 그것이 가장 필요할지도 모른다. 월드컵 때마다 반짝 살아났다 바로 사라지는 국내축구에 대한 관심. 이제 2002 월드컵의 영웅들이 그런 관심을 평소에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 아듀 이천수(출처/인천유나이티드)

오는 28일 인천FC선수로서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은퇴경기를 펼치는 이천수. 이제는 그 역시 지도자의 길을 가겠지만 그의 본질인 특유의 자신감과 유쾌함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국 축구의 관심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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