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기자] 19대 국회는 말 그대로 ‘대범함’ 이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정부가 재정을 지원토록 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 이른바 '택시법'이 국회에서 의결된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통 큰’ 택시법 처리에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은 “택시기사들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이다”라는 비난을 하고 있고, 정부와 국방부 그리고 청와대는 공개적인 발언들로 택시법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방 예산 삭감에 대해 “안보 예산을 깎아 다른 곳에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기에 여러 사람들의 공감이 있었다면 안보 예산이 깎이지 않았을 것인데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국방예산 삭감이 택시법 예산으로 흘러갔다는 의견에 동조한 비판의 발언인 것이다.

 

“나중에 커서 택시기사 할래요. 택시 기사가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요.”

강서구에 살고있는 강모(13)군은 요즘 텔레비전에서 떠들썩하게 나오고 있는 택시법 보도를 보고 “저도 나중에 커서 택시기사 할래요.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강군은 “우리 엄마도 아빠도 다 힘들잖아요. 돈 벌기 힘들다고 해요. 근데 택시기사들은 엄청 큰 돈 지원해 준다잖아요.”라고 전했다. 현재 강군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비정규직으로, 아버지는 건설업계 일용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택시, 승차거부, 불친절 이런 것부터 바꿔야 되는 것 아닌가요? 자기 밥그릇 챙기기죠”

 
평소 야근이 많아 퇴근 후 택시를 탈 일이 많은 박모(25)씨. 하지만 회사가 위치한 강남에서 분당까지 가는 택시를 잡기가 쉽지가 않다고 한다.

특히 “연초나 연말, 금요일 저녁에는 택시 승차거부를 하는 기사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요즘은 날씨도 너무 추운데 정말 화가 나요”,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에요. 얼마나 불친절 한데요. 가끔은 제가 술에 취한 줄 알고 일부러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니까요? 정말 어이가 없죠.”라고 말하며 택시를 이용하며 불편했던 점들을 호소했다.

또한 “택시법 통과라뇨. 정말 말도 안돼죠. 자기들 밥그릇은 다 챙기고 승객들한테는 여전히 불친절 하고. 택시 승차거부 이런 것부터 제대로 단속해야 해요.”라고 전하며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이렇게 택시법에 관련해 업계 밖으로 사람들의 반응이 시끄러운 반면, 정작 택시기사 종사자들은 조용한 눈치다. 4일 경기도 부천시와 인천 서구 근처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건데 택시법 통과로 우리는 달라지는게 아무것도 없다. 억울하다’며 입을 모았다.

“주말 없이 일해도 100만 원...기대도 안해요. 택시 사장들만 좋은거죠.”

특히 회사(법인) 소속 택시 기사들은 "우리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다"고 잘라 말했다. 택시법 통과로 택시업계에 연간 1조 9000억 원이 지원될 거라 예상하지만, "회사에만 도움 될 뿐 기사들한테는 아무런 혜택이 없을 것"이라는 거다.

부천지역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김(55)씨는 “방송 내용을 보니 별 내용 없더라. 사납금(10~12만 원 씩 매일 회사에 납입하는 돈)을 깎아주는 것도 아니고, 기대도 안한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기본급 만이라도 올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회사(법인)택시를 8년째 운행하고 있는 황(58)씨는 “주말 없이 죽어라 일 해도 100만원 받는다. 예전에 정부가 택시요금을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올릴 때 택시기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조건을 달았었다. 하지만 사납금도 같이 올라서 우리들한테 돌아온 이득은 하나도 없었다. 택시법도 똑같다. 이건 택시 사장들한테만 좋은일 시키는 거다.”라며 택시법으로 얻는 긍정적이 영향이 없음을 비판했다.

 

“먹고 살게 해주는 법을 만들어라. LPG 요금을 내려달란 말이다.”

김(43)씨는(회사 택시 운행 3년째) “이왕이면 택시 운행 수입은 다 회사에 주고 기사들은 월급을 받는 월급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기사들한테 필요한 건 택시 대수를 좀 줄이거나 LPG 요금 인하지원이다. 정말 택시 기사들을 살리기 위한 법이라면 이런 걸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근무를 하는 이(52)씨는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해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윗사람들은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하니까 정작 필요한 법안을 모르는거다. 어떤 법을 만들어도 우린 사각지대에 속해 있는거다.”라며 택시법 통과가 실질적으로 택시 종사자들에게 별다른 혜택이 없음을 호소했다.

 
이처럼 택시법과 관련해 만난 일반인부터 택시업종 종사자들은 ‘택시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입을 모아 되물었다.

택시 종사자들마저 택시법이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아니라 택시 사업주들의 배만 불려주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업계가 제대로 성장 하는 길은 택시 고급화다. 택시의 수를 줄이고, 택시 기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월급제라든지 LPG가격 인하 등의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택시기사들의 양심적인 근무 태도와 친절한 서비스 정신 등을 교육 시키는 일도 함께 지향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만큼 국회는 국민들의 실생활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정부와 국민 대부분 심지어는 택시업 종사자들까지 반대한 법안을 222명의 국회의원의 찬성으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면서 늘 겪게 되는 졸속 예산 처리. 하지만 이번 ‘택시법’ 만큼은 재고가 필요하다. 현 정부에 유행하던 “4대강 예산 20조원이면 OO도 할 수 있다”처럼 “1조 9천 억원이면 OO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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