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최고의 영화를 시상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하지만 그 전날에는 최악의 영화를 시상하는 기이한 시상식이 있다. 바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Golden Raspberry Awards)’이다.

라즈베리는 우리가 원래 단어로는 나무딸기를 뜻하지만 미국에서는 속어로 야유, 경멸, 냉소를 의미한다. 즉 최악의 영화에 야유의 시상을 하겠다는 뜻이다. 또 다른 단어로는 래지상(Razzies)이라고도 하는데 ‘razzy’는 속어로 놀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시상식은 카피라이터 존 윌슨(John Wilson)이 만든 골든라즈베리재단이 '영화값으로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자는 취지에서 1981년 자택에서 친지들을 비롯하여 재미로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이 시상식이 언론에 알려지게 되면서 대중은 기존에 없던 포맷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점점 발전하여 이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와 관심, 중요도를 가진 시상식이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에 전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은 750여 명의 골든라즈베리재단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9개 부문에 걸쳐 '최악의 영화'를 선정한다. 물론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데 그냥 마구잡이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골든라즈베리재단 회원들 중에는 영화 관련 기자 및 제작 관련 종사자, 골든글로브 심사위원까지 포함되어 있어 나름 전문성과 공신력을 갖추고 선정한다.

분야별로 최악의 영화로 선정이 되어 골든라즈베리상을 수상하게 되면 금색의 플라스틱 나무딸기 열매가 장식된 4달러 29센트짜리 래지 트로피를 수여받는다. 대체로 많은 금액을 들여 제작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재미가 없거나 내용이 부실할 때 혹은 영화 내용이 얼토당토 않아 헛돈을 썼구나 싶을 때 수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상식은 할리우드의 루스벨트 호텔에서 시상식을 하지만 워낙 불명예스러운 안티(anti) 상이기 때문에 이를 실제로 수상하러 오는 수상자는 드물다. 하지만 대인배스럽게 자성의 의미를 갖고 실제로 수상한 사람들을 꼽자면 미국 코미니언 빌 코스비와 폴 버호벤 감독, 배우 할 베리와 산드라 블록, 각본가 마이클 페리스 등이 실제로 수상했다.

좋은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이 아닌 그 반대에 시상을 하는 골든라즈베리시상식. 자신이 본 최악의 영화가 골든라즈베리시상식에 올라가는 지 예측해 보는 것도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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