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1990년대만 하더라도 연기와 가수를 병행해서 활동하는 연예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두 분야를 모두 잘 소화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당시에는 노래는 천성적인 부분이 많이 차지한다는 인식이 강하여 가수가 간간히 영화를 찍는 등 활동은 했지만 배우들이 가수를 하는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런 환경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가수 겸 배우가 있으니 바로 ‘살아있는 전설’ 임창정이다.

▲ 앳된 얼굴의 임창정(출처/영화 남부군)

임창정은 17세에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전쟁영화 ‘남부군’에서 어린 빨치산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 후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여 연기 경력을 쌓았지만 크게 부각이 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1995년 그는 평소 잘 알려진 노래실력을 바탕으로 1집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그의 데뷔곡 ‘이미 나에게로’는 임창정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그의 중저음의 내래이션과 폭발적인 후렴구가 돋보이는 곡으로 라디오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임창정의 ‘이미 나에게로’가 반응을 보이자 임창정은 한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당시 화려한 외모의 가수를 선호하던 시청자들의 성향은 여드름 많고 수수했던 그를 외면해 버리고 만다.

이듬해 임창정은 ‘혼자만의 사랑’ 등 명곡이 수록된 2집을 내 놓았지만 시장은 처참하리만큼 그를 외면해 그의 가수생활은 여기서 끝을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임창정은 기회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임창정은 kbs의 예능 슈퍼선데이의 ‘금촌댁네 사람들’이라는 코너에서 정선희의 백수 남편으로 나와 이상한 춤을 추는 등의 코믹함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 임창정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영화 비트의 '환규'(출처/ 영화 비트)

슈퍼선데이는 임창정을 대중에게 알리는 시작점에 불과했다. 1997년 영화 비트는 그 동안 재밌는‘예능인’이었던 임창정을 ‘배우’로 알리는 임창정 인생의 기점이 된 작품이 되었다. 비트에서 임창정의 까불대지만 의리있는 정우성의 친구 ‘환규’역을 맡아 ‘17대 1’ 등의 명대사를 남기는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영화 비트로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한 임창정은 1997년 5월 3집 앨범 ‘그때 또 다시’를 내놓게 된다. 가수로 활동했던 것을 모르고 있던 대중들은 그의 노래실력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임창정은 자신의 반전매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가요계를 석권하게 된다.

▲ 그 때 또 다시를 열창하는 임창정(출처/kbs)

임창정의 3집앨범은 ‘그때 또 다시’, ‘결혼해줘’가 5주 연속 1위를 한 가수에게 주는 ‘골든컵’을 수상하게 되어 단일앨범에서 2개의 골든컵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또한 여름에는 ‘Summer dream’으로 댄스가수로서의 모습도 보여줘 가수로서의 스펙트럼도 한층 넓어지게 된다.

그렇게 한 번 물꼬가 트인 임창정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뜨거워져만 갔다.

임창정은 가수로서는 ‘별이 되어’, ‘러브 어페어’, ‘나의 연인’, ‘날 닮은 너’, ‘슬픈 혼잣말’, ‘소주 한 잔’ 등의 많은 곡을 히트시켰고 서정적인 가사와 중저음에서 높은 음역대까지 아우르는 그의 노래는 남성들에게는 도전의식을, 여성들에게는 감성적인 감동을 주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았다.

▲ 코미디 영화의 대표주자가 된 임창정(출처/영화 시실리2K)

또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 ‘색즉시공(2002)’, ‘위대한 유산(2003)’, ‘시실리 2km(2004)’, ‘스카우트(2007)’ 등의 영화에서 로맨틱 코메디, 또는 코메디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힌다. 그리고 비교적 최신작인 ‘공모자들(2012)’, ‘창수(2013)’ 등의 정극 영화에서의 임창정은 그가 코메디 대표 배우지만 카리스마 있는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을 보여줬다.

▲ 가장 인기가 많을 때 돌연 은퇴를 선언했던 임창정(출처/kbs)

임창정은 2003년 10집 ‘소주 한잔’을 끝으로 가수를 은퇴 했지만 2009년 11집을 내며 은퇴했던 것을 번복했다. 보통 번복이라는 단어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를 그리워 한 팬들에게는 매일 듣고 싶던 단어 중 하나였나보다. 11집 '오랜만이야'는 오랜만에 임창정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되었었다. 

▲ 노래하고 연기하는 임창정이 아름답다(출처/히든싱어)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임창정은 대한민국에서 대체할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임창정의 모습은 최근 만능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연예계의 가수도, 배우도 못되는 아이돌들에게 롱런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배우와 가수 양쪽 분야에서 모두 감동을 주는 임창정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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