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넘쳐나는데 유제품은 수입한다? 무엇이 원유 소비를 발목잡는가 [시선톡]
원유가 넘쳐나는데 유제품은 수입한다? 무엇이 원유 소비를 발목잡는가 [시선톡]
  • 보도본부 | 이호 기자
  • 승인 2015.09.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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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호기자] 국내 우유 소비량이 줄어 재고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다양한 관련 제품을 새롭게 내놓는 등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 유제품 수입은 역시 꾸준하게 늘고 있다. 왜 국산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불구하고 유제품을 수입하는 양은 늘어나는 것일까?

6일 낙농진흥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사용하고 남은 원유(原乳)를 보관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량은 264,744t으로 작년 6월(191,813t)보다 38% 증가한 수치를 보여 분유 재고량은 지난해 11월에 2003년 이후 11년 만에 20만t넘긴 후 계속 20만t 이상을 유지해 오고 있다.

우유 재고는 지난해 초부터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젖소 집유량이 증가한 것과 사료 값이 내린 영향으로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서 급증했다.

▲ 출처/원유가격 연동제 지식용어

이렇게 원유 생산이 늘어 재고가 쌓이면서도 우유 가격은 줄지 않았다. 정상적인 시장체제라면 우유의 소비가 줄고 생산이 많아지면 우유의 가격이 낮아져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유의 가격이 낮아지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이다. 원유는 생산성이 들쭉날쭉하고 쉽게 변질되어 저장성이 낮고 ‘젖소’라는 생명체에서 생산되어 인위적으로 유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장기간의 생산계획이 필요하다. 때문에 생산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며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원유의 가격을 일정하게 보장을 해 줄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원유의 가격을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생산비용에 연동하여 결정하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에 수요가 많건 적건 원유 가격은 일정 가격 이상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는 우유의 소비량은 줄고 치즈나 버터 등 유가공 제품들이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유가 필요한데 유가공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우리나라의 원유보다 해외시장 개방으로 인해 값이 싸진 수입 원유를 선호하게 되었다. 수입 비용이나 관세 등을 포함해도 수입 원유가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결국 유제품의 선호도가 증가해도 주재료인 원유는 우리나라 원유는 사용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가격이 문제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유업체들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젖소를 도태시키는 등 생산량을 낮춰 가격의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젖소를 도태시켜 절대적인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험할 수 있다. 갑자기 생산량이 줄고 재고가 급속도로 소모되면 다시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 시간이 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원유값은 또 증가하여 또다시 값싼 수입 원유에 의지하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탄력적인 ‘원유가격 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 생산량이 적을 때는 보호 차원에서 기존대로 실시하고 생산량이 많을 때는 유동적으로 실시하여 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원유의 가격이 낮아지면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들의 가격이 낮아질 것이고, 낮은 가격은 곧 구매로 이어진다. 뭐든 고이면 썩듯이 우유도 재고가 쌓이면 썩는다. 썩어서 버리기 전에 가격을 낮춰서라도 많이 판매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원유 공급 인프라를 잘 구축해서 모처럼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됐는데 재고를 처리 못해 이미 구축되어 있는 인프라를 일부러 무너뜨리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량을 줄일 생각 보다는 재고를 현명하게 처리하고 상생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생산자와 우유업체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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