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지수PD] 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 그동안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청했던 텔레비전 아날로그 서비스가 종료되고 디지털 TV방송으로 전환된다.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시행법으로 지난 8월 울산을 시작으로 충북, 경남, 부산, 대전·충남, 전북, 강원, 광주·전남,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이미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이번 12월 31일 수도권의 디지털방송 전환은 한국 방송 기술이 한발 더 도약하는 날이 된다.

 
디지털 방송은 1998년 영국이 최초로 시작해 현재는 50개 이상의 나라, 전 세계 방송사의 약 91%에서 지상파 디지털 TV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방송 전환은 세계적인 흐름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방송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필수절차인 것이다.

정부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침해 우려 등으로 저소득층과 일반가구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으로 여전히 많은 가구가 디지털 방송 전환 후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게 되고 관련 업계의 꼼수 영업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 “이제 TV 안나옵니다. TV 사세요~”라는 말에 현혹 됐다면?

 
취재를 하며 만난 강동구에 거주하는 70대 노인 A씨는 몇 달 전 OO케이블 직원이 HD수신기를 들고 찾아와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멈추면 TV를 볼 수 없다는 말에 수신기를 설치했다”고 했다. 그 이후 요금 고지서에는 듣지도 못했던 HD프리미엄 가격 20,000원, 설치비 6,000원 부가서비스 10,000원으로 부가세 포함 39,600원이라는 가격이 나왔다.

이전에 사용하던 TV 사용료에 비해 2배 이상 차이가 나자 A씨는 00케이블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3년 동안 계약을 했기 때문에 지금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이에 A씨는 "TV 연속극 못 본다고 그래서 설치했더니, 이런 사기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IPTV로 변경할 경우 모든 방송을 볼 수 있는 부가서비스를 공짜로 보여주겠다는 말에 현혹돼 IPTV로 변경했다. 하지만 두 달 후 B씨의 고지서에는 서비스 금액이 나오는 피해를 봤다. 공짜라는 말은 한 달 무료체험 행사였던 것이다.

이처럼 케이블TV와 IPTV는 무료체험 행사를 가장한 ‘꼼수 영업’이 활기차게 성행하고 있다.
가입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빈번해 디지털 전환 허위·과장 영업에 의한 피해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나 방송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피해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와 같은 비슷한 피해를 경험했다면 전화 1335 또는 인터넷 사이트 www.kcc.go.kr로 신고해 피해·보상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디지털 방송 전환 준비, 이게 최선입니까?

KBS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191억원 손실 보전 지원금에 대해 “KBS에서만 채널재배치 비용이 약 365억 원이 예상 된다”며 정부의 예산 부족을 지적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 역시 "정부의 정책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니 대비를 알아서 하라는 형식"이라며 "열심히 설명해도 한 달 전이나 하루 전에 한꺼번에 전환하는 현상이 나타날까 걱정이다. 보다 풍성한 홍보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에 지상파 디지털 TV방송을 직접 수신하여 시청하는 저소득층과 일반가구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2013년부터 지상파 TV 방송을 볼 수 없는 가구 즉, 디지털 전환 정책으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는 적어도 24만 3000가구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 많은 수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디지털 전환 취약 계층이라 문제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 디지털방송 전환, 하긴 하나?

현재 전 국민의 80% 이상은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의 유료방송에 가입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고 그 중 54.8%가 디지털 유료방송을 가입하고 있다. 유료방송 중 IPTV와 위성방송은 처음부터 디지털방송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케이블TV다. 95년 3월 아날로그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TV는 2008년 4월 HD급 위성방송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HD 가입자로 전환을 촉진했으나 현재 100만 명의 SD급 가입자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12월 31일 전면 디지털방송 전환이 되어도 아날로그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국민들은 디지털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아닌 셈인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방송전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심지어는 방송 시청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굳이 디지털방송전환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로 전환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고화질(HD)의 방송을 통해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고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는 정부의 이런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해 가장 많은 홍보를 해야 하는 방송에서,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스포츠와 올림픽 그리고 각종 정치권 이야기에 휩쓸리지는 않았는지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2012년의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이라도 적극적인 홍보와 자발적인 도움으로 소외되는 국민들이 없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텔레비전 방송은 사치가 아닌 우리 생활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시대의 문화를 이끌고 또 다른 소통의 창구로 만들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전환은 양방향, 쌍방향적 방송 전환이라는 부분에서 의미가 크다. 많은 사람들이 질 높은 콘텐츠 등을 공급받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기술 선진국이라는 말에 이끌려 ‘문화의 소통’이라는 탈을 쓴 채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시청자 입장에서 스스로 원해서 시행되는 전환이 아닌 이상, ‘100% 지원’이 마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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