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국민 당선인사를 통해 새 정부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미리 볼 수 있는 5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는 박 당선인이 5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핵심 과제들이자 새 정부 정책 방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대탕평 인사로 국민대통합

박 당선인은 '화해와 모든 지역 성별 세대의 사람을 골고루 등용하는 대탕평책'을 당선인사의 첫 번째로 배치했다. 지역ㆍ이념ㆍ세대ㆍ계층 간 갈등이 국가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 '고ㆍ소ㆍ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가 상징하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재되어 있다.

실제 그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뒤 유신 등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고, 동서화합을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한광옥 한화갑 김경재 전 의원 등을 영입했다. 당내 화합을 위해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도 중앙선대위 등에 배치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에서 '보수 후보의 두 자릿수 득표'라는 기록을 세웠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선 개표 결과에 나타난 반분된 표심을 극복하지 못해 '반쪽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 의식도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 정부 출범부터 호남출신과 중도 그리고 야권 성향의 인사 등의 인사들을 기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잘 살아보세’

박 당선인은 이날 "주부님들의 장바구니 물가와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고통은 여전히 크다"며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 외쳤던 '잘살아보세' 신화의 재현도 강조했다. 또한 '경제 성장'을 약속하며 동시에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곳곳에 스며들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위기가 큰 영향이 있을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성장과 효율을 강조하면서도 성장의 과실을 대기업과 부자들이 독식하는 시스템을 바꿔 모든 국민에게 온기가 미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박 당선인은 재벌 위주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뜻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정책 및 중산층ㆍ서민을 위한 민생 정책들을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 튼튼한 안보와 신뢰외교

박 당선인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면서 "동북아 역내 갈등과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가 안보 위기에 처한 만큼 대북ㆍ안보 정책에 있어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및 비핵화 진전 등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지만 본격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나설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박 당선인은 중국과 일본 등과의 새로운 외교 관계를 "튼튼한 안보와 신뢰외교를 통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했다. 특히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동북아의 화해·협력과 평화가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 당선인으로서의 첫 번째 대외 일정으로 미ㆍ중ㆍ일ㆍ러 등 주변 4강국 주한 대사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외교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 안정 속의 변화와 개혁

박 당선인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변화와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개혁은 갈등과 혼란을 유발하는 개혁이 아니라 안정을 전제로 한 온건한 개혁"이라고 전했다.

그 중 첫 번째 개혁 과제는 정치 쇄신이다. 박 당선인은 여야 화합과 초당적 국정운영이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그는 선거 기간 제안한 '야당 인사가 3분의1 이상 참여하는 국정쇄신 정책회의 실시',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국가지도자 연석회의의 새 정부 출범 이전 개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맞춤형 복지를 통한 국민 행복시대

박 당선인은 19일 당선 확정 직후 밝힌 대국민 메시지와 20일 대국민 당선 인사에서 연이어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한 측근은 "박 당선인이 구상하는 행복시대는 모든 국민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 작은 행복이라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모든 국민이 사회안전망 속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당선자는 소득과 연령에 따라 차등적으로 복지 혜택을 주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복지정책의 큰 틀로 제시한 바 있다.
 

 

 

■ 박근혜 당선인 對국민 인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늘 제18대 대통령 당선자로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하는 국민 여러분의 마음과 힘, 그 애국의 정신이 우리 국민과 후손들 마음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님과 지지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나 문재인 후보님 모두 우리 대한민국을 위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이신 국민 여러분을 위한 마음만은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국정운영에서 국민을 위한 이 마음을 늘 되새기겠습니다.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습니다.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여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려서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퍼센트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 어렵습니다. 19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이 100불에도 미치지 못한 나라에서,

2012년 지금은 그 200배가 넘는 2만 불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부님들의 장바구니 물가와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고통은 여전히 큽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실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생활을 챙기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이고, 국민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에게

힘이 되어 주십시오. 한마음이 되어주십시오. 5000년 역사의 우리 대한민국은 선조로부터 강인한 정신을 물려받은 찬란한 전통을

자랑하는 문명국가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싫어하였으며, 화합을 좋아하고 갈등을 싫어하는 국민이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예로부터 두레와 같은 상부상조의 미덕을 가지고 나라를 지켜왔습니다.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선조가 우리에게 물려준 훌륭한 자산입니다.

이제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

스며들도록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이러한 마음을 함께 나누어 주시고 훈훈하고 따뜻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확신합니다. 5000년 역사의 유산을

이어가고, 5000만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미래를 펼쳐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선거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치러졌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우리가 처한 안보현실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동북아 역내 갈등과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제게 주신 소명은

바로 이런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튼튼한 안보와 신뢰외교를 통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겠다는 국민

여러분과의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동북아의 화해·협력과 평화가 확대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말고 일어서 주십시오. 국민 한 분 한 분이 새로운 꿈을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 국민과 함께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 나가겠습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그 길에 국민 여러분들이 늘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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