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지수PD] “대학을 중퇴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 애플의 前최고경영자(CEO) 故스티브잡스가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비록 대학을 중퇴 했지만 스티브잡스는 세계IT 업계를 선도했다. 만약 스티브잡스가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 었을 것임에도 그가 IT업계를 선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독창성과 차별성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 글쓰기, 책읽기, 생각하기 3다(多)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3다(多)는 독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기본 바탕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게 웬말이냐”라고 반문 할 수 있겠지만 넓은 시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글쓰기와 책읽기 생각하기만큼 큰 자산인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은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아파트나 주택가 가까이 존재하던 동네 서점들을 찾아보기 힘든 현상은 책을 멀리하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이틀 동안 전국 10대 이상 남녀 7백 명을 대상으로 ‘국민들의 독서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4%는 1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 기준)

국민들의 독서 무관심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가.
우리나라 출판업계의 지나친 마케팅과 경쟁 등의 이유인가.

지난 11월 출판마케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국 오프라인 서점은 1994년 5683개로 정점을 찍었지만 2003년 2247개, 2011년에는 1752개로 70%나 줄었다.

이렇듯 오프라인 서점들이 사라져 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독자들의 대형 서점 선호 위주와 온라인 서점이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런 예측과는 달리 올 12월 31일 대형 온라인 서점인 대교 리브로가 철수되는 것이 확정 됐다. 1997년 국내에 온라인 서점이 처음 등장한 이래 리브로가 문을 닫은 것은 ‘빅5’ 에 꼽히는 서점 중 최초이다. 이처럼 서점 리브로의 철수는 대한민국 출판 업계와 독서 실태의 비관적 전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교 리브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300억 원 을 웃돌았지만 수익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수익 전망을 분석한 끝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며 대교 리브로가 문을 닫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의 할인 공세가 이어지며 온라인 서점도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나친 할인 마케팅 등을 내세워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지며 대교 리브로 뿐 만 아니라 2012년도 4대 온라인 서점(예스24·교보문고·인터파크·알라딘)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가량 감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서점들은 출판사로부터 돈을 받고 '추천 기대작', '화제의 책' 등의 코너를 통해 책을 광고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며 온라인 서점의 불신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러한 출판업계의 불공정한 행태와 지나친 경쟁은 업계 불황으로 내몰고 이는 국민들이 마음의 양식으로 찾아야하는 독서의 양을 줄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중 하나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출판업계의 과도한 할인 마케팅 보다 큰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국민들의 독서 실태’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책이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74.6%가 미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응답자의 14%는 1년에 단 한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우리 국민의 독서량은 2011년 기준 연간 9.9권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무를 만큼 적은 수준이고 우리보다 GDP가 떨어지는 후진국들에 비해서도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2년 독서의 해’로 정해 국민 독서량 5% 증진을 목표로 하루 20분, 한 해 12권의 책 읽기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 지식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독서왕 뽑기, 독후감대회, 저자와의 만남, 공연, 독서여행 등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각종 행사를 벌였다. 특히 지난 9월에는 특별히 독서의 계절을 맞아 8300여건의 행사가 각지에서 치룰 정도로 국민 독서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한 정부 관계자는 “이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라며 국민 독서 증진 정책이 쉽지 않음을 토로 하였다. “정부와 국회 전체가 의식을 갖고 국민 독서 증진에 대해 힘써야 한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있어야 문광부의 행사들이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 대선 후보의 공약을 보면 어디에서도 독서에 대한 단어는 찾아 볼 수가 없다”며 강조했다.

이는 ‘현재 벌이고 있는 독서 관련 행사들은 겉으로 보여주기 식의 행사 일 뿐 실효성이 전혀 없는 행사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 18대 대선 후보의 공약집에서도 문화, 특히 국민 독서 증진과 관련된 구체적인 공약 조항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약집에는 문화, 특히 국민 독서 증진과 관련된 구체적인 공약 조항을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17대 대통령 당선자들 역시 문화와 독서 증진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었다.

이 때문인가. 심각한 국민 독서량에도 공공기관은 ‘경제난 탓’에 책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숫자나 도서구입비 역시 G20(주요 20개국) 국가군 가운데 최하위다. 공공도서관은 759개로, 인구 비례로 따져 꼴찌 수준이며, 2011년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 669억원으로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꿈꾼다. 선진국은 물질적 수준과 정신적 수준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국민들은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독창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저자로 유명한 한비야씨는 하루에 이메일을 확인 하는 시간 동안만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한다. 인터넷을 많이 할수록 자신의 사색하는 시간이 줄고 그만큼 생각을 지배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입 시험에서 논술 시험을 보는 이유는 수험생의 독창성과 차별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12년 동안 주입식 교육을 강조하며 독서의 길로 인도하지 않은 나라가, 어느 한순간 국민의 독창성을 시험하려 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위기의 대한민국에 닥친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불황과 국가 경제 위기를 넘어 국민들의 독창성이 결여됐기 때문은 아닌지 고찰해 봐야 할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덕이는 동안 우리는 혁신보다 모방을 즐겨 왔다. 넉넉한 주머니 살림만큼 넉넉한 마음의 양식이 다시 한 번 강조 돼야 하는 시기임이 분명하다.

기사를 작성하며, 작년 정병국 국회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하며 내건 ‘검색보다는 사색을’이라는 슬로건이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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