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인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올 3월 분유 재고량(2만2309t)은 낙농진흥회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45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5월 재고량(2만1564t)도 적정 재고량(5000~7000t)의 3~4배에 달합니다.

분유는 우유업체들이 우유와 유가공 제품을 생산 한 뒤 남은 원유를 말려서 가루형태로 보관하는 것입니다. 분유의 재고가 급증한다는 것은 우유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시장의 원리대로라면 공급이 초과했기 때문에 우유(원유)의 가격은 낮아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원유 기본 가격을 L당 940원으로 동결했습니다. 출산율 저하와 대체음료 등이 많아진 관계로 소비는 줄었는데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올 연말 분유 재고량이 최대 3만t에 달해 최악의 공급 과잉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요보다 공급이 늘었는데 왜 우유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원유가격 연동제’에 있습니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원유의 가격을 시장원리에 따르지 않고 우유를 생산하는 ‘비용’에 근거하여 가격을 측정합니다. 때문에 원유의 생산비용이 늘면 가격이 오르고 비용이 줄면 가격이 내리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원유가격 연동제를 채택한 이유는 원유의 생산성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입니다. 원유는 변질 우려가 높아 단시간 내에 생산, 가공,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는 특성을 가지며 저장성이 낮습니다. 또한 ‘젖소’라는 생명체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유량을 조절하기 어렵고 구제역 등 질병 등으로 인해 생산성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때문에 낙농업은 장기간의 생산계획이 필요하고 생산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며 생산을 지속할 수 있게 일정한 가격의 보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원유가격 연동제’를 도입하게 되었는데 ‘원유가격 연동제’는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생산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하게 되고 매년 8월 1일부터 조정가격이 적용됩니다.

원유가격 연동제를 시행함으로써 낙농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정 수준의 가격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생산에 대한 손실과 이득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유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생산기반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다시 복구하기 어려운 산업의 특성상 원유가격 연동제는 낙농가에게 일종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유가격 연동제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들도 많습니다. 우선 유제품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었고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가 없게 됐습니다.

오히려 시장경제와 반대로 작용을 하기도 하는데요,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는데도 불구하고 공급하는데 드는 비용이 늘어 가격이 인상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공급이 부족하더라도 생산성을 확대하거나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낙농가에서는 굳이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만큼 더 올려 받기 때문이죠.

즉, 수요는 주는데 공급량과 가격은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원유의 가격은 계속 올라 소비는 더 위축될 것이고, 재고는 더욱 쌓이게 됩니다. 현재 재고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현상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때문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시장원리를 적용하여 보다 현실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재고로 인해 한 순간에 낙농가와 유업체 들이 한꺼번에 같이 망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시장원리를 배제한 채 시작하여 도입 때부터 말이 많았던 ‘원유가격 연동제’. 적절한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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