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인턴] 메르스의 여파로 한산하던 영화관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그렇게 조용히 입소문을 타더니 개봉 8일 만에 관객 200만을 돌파한 한국 영화 ‘연평해전’은 지금도 외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추격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흥행의 길을 걷고 있다.

영화 ‘연평해전’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진들의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데 주연배우들 못지않게 조연배우들도 조명 받고 있다. 그 중 현실적인 연기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배우가 있다. 의무병 박동혁을 괴롭히는 이 병장 역에 배우 ‘한성용’이다.

북한과의 실전 전투 상황에서 두려움 가득한 인간적 본성을 드러내는 그의 연기는, 함께 호흡하는 배우 이현우와 대비되며 더욱 극명하게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성공했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연평해전’ 속 숨은 조연 배우 한성용, 그를 만나보자.

part1 작지만 알찬 배우, 한성용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 소개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영화 ‘연평해전’에서 이 병장 역할을 맡은 배우 한성용입니다. 1%의 가능성에도 희망을 갖고 도전하는 배우이며 늘 사람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드리려 노력하는 배우입니다.

▲ 영화 ‘연평해전’ 이 병장 역을 맡은 배우 한성용 씨

-우와~ 멋진 자기소개입니다! 영화 ‘연평해전’, 사람들에게 호평받고 있습니다. 관객수도 점점 오르고 있어요. 먼저 정말 축하드립니다! 주변에서 반응들은 어떤가요?

먼저 제 역할에 관한 반응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아무래도 후임병을 괴롭히는 못된 선임병 역할이라 그런지 ‘왜 그렇게 사람을 괴롭히냐’ ‘이 병장 같은 선임병이 있을까봐 군대 가는 것이 두렵다’ 같은 반응들이 제일 많아요. (웃음) 가족들이나 지인분들은 영화 잘 봤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역할에 대한 반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연기력이 출중하셨다는 얘기네요.

하하,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죠.

▲ 영화 ‘우아한 거짓말’ 속 배우 한성용의 모습

-이번 작품 말고도 천만 관객 영화 ‘명량’에도 출연하셨네요~ 이번 영화는 물론이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기분 참 묘하죠. 제가 촬영한 영화들이 천만이 넘으니까.. 천만이라는 숫자가 쉽게 말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잖아요.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또 천만 넘냐’ ‘행운의 배우다’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쑥스럽죠. 민망할 때도 있고요. 물론 작은 역할이었지만 영화가 잘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이라서 뿌듯합니다.

part2 영화 ‘연평해전’의 이 병장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영화 ’연평해전’에서 맡으신 이 병장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원래는 처음에는 이 병장이 아니라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보셨다고요?

네 맞아요. 사실 저는 박동혁(이현우) 군의 동기로 나오는 권기형 역할로 오디션을 봤어요. 사실 연평해전은 3년 동안 촬영한 영화거든요. 3년 동안 촬영하면서 제 역할도 권기형 역할이었다가 황도현 역, 이후에 이 병장 역할까지 맡은 역할의 변화가 있었어요.

-굉장히 다른 캐릭터 인데, 바뀌게 된 이유가 궁금한데요? (웃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영화에서 이 병장을 보면 단순히 후임병을 괴롭히는 선임병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가요?

이 병장이라는 캐릭터는 사실 다른 실존 캐릭터들과 달리 영화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감독님께서 만들어 낸 허구적인 캐릭터에요. 영화에서 이 병장은 자신에게는 결핍되어 있는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박동혁을 질투해 그를 괴롭혀요. 그가 어머니의 사랑만 받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주변 선임들에게도 사랑받으니 그걸 못 견뎌하는 거죠.

-맞아요.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하시든지 보는 제가 괜히 더 혼나는 것처럼 주눅 들면서도 얄미웠다니까요?

하하. 그런가요? 이 병장의 의미는 그 이후에 드러나요. 전쟁이 발발하자 자신은 두려워서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자기가 괴롭혔던 사람이 나타나서 본인이 가장 위험에 처한 순간, 자신을 구해주죠. 이후 자신을 구해준 박동혁이 죽으면서 본인의 후회스러운 선택을 뼈저리게 깨닫는 역할이에요. 잘못된 선택은 본인은 물론 상대방에게도 상처를 남긴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 영화 ‘연평해전’ 중 이 장면은 이 병장의 의미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심오한 캐릭터네요. 아마 그런 의미가 극적으로 표현됐던 장면이 박동혁 군과 이 병장이 선실 안에서 마주친 장면인 것 같아요. 그 장면은 어떻게 촬영이 되었나요?

사실 그 장면은 전쟁 씬을 찍기 전에 찍었어요. 본래 찍으려던 촬영날은 훨씬 이전이었는데, 제가 이현우씨에게 그 씬 촬영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거든요. 저보다 어린 친구임에도 오히려 형처럼 듬직하게 감독님과 피디님을 찾아가 이번 장면은 진중한 감정씬이니 저희에게 시간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는 거예요.

-이현우씨가 용기가 대단하네요!

네 맞아요. 현우씨 덕분에 감정이나 장면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죠. 그렇게 준비해서 지금처럼 좋은 장면이 나왔던 것 같아요.

part3 영화 ‘연평해전’을 함께 만든 사람들

-아까 앞에서 영화를 3년 동안 촬영했다고 하셨어요. 그동안 같이 연기했던 배우들이랑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네, 중간에 기존 배우들이나 스테프들이 바뀌긴 했지만 마지막 3차 연평해전을 촬영하면서 모두들 부산이나 진해에서 같이 합숙하고 촬영하면서 정이 참 많이 들었어요. 제가 원래 개인적으로도 정이 많은 사람인데...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참 즐겁게 촬영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웃음이 나요.

-어떤 점이 가장 많이 생각나나요?

제가 촬영하면서 김무열 형이랑 진구 형에게 도움을 참 많이 받았어요. 술도 자주 마시면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 역할에 대한 조언 등을 참 많이 들었는데 진구 형은 특히 해군 출신이라 저에게 “내가 이 병장 역할을 맡았으면 이렇게 연기를 했을 거야”라며 실질적인 조언을 참 많이 해주셨죠.

또 무열이 형은 제가 참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심도 있고 진지하게 대하고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형처럼 작품을 대할 때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 배우 한성용은 영화 ‘연평해전’외에도 ‘분노의 윤리학’, ‘우아한 거짓말’ 등 다양한 영화에서 숨은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람들과 함께 합숙하며 지낸 정들이 영화 촬영할 때 감정연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특히 이희완 역할을 맡은 이완 씨 다리가 잘린 장면이 나올 때 다들 실제 일어난 것처럼 슬퍼했다고요?

네. 이완 씨는 실제로도 축구를 좋아해서 저희가 촬영하는 동안 축구를 참 많이 했는데,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가 영화이긴 하지만 다리가 잘려서 있는 모습을 보니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 모두 마치 실제 일어난 일인 마냥 마음 아파하고 그랬죠. 또 특히 윤영하 역할을 맡은 무열이 형이 죽을 때나 한상국 역할을 맡은 진구 형이 죽을 때도 촬영하는데 그 감정의 여운이 계속 남아서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다들 영화 촬영을 한다는 기분보다는 연평해전을 실제로 겪은 실존인물들과 같은 경험을 가진 느낌이었겠어요.

네. 그렇죠. 참 많이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그랬었죠.

-연평해전을 촬영하면서 본인이 특별히 깨닫거나 얻은 것이 있나요?

가장 크게 배우게 된 것은 점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이었어요. 제 주위에 있는 가족이든 친구들이든 연인이든 그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죠. 그리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통일이 영화 촬영을 통해 하루 빨리 이뤄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일이 또 다시 벌어져서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말이에요.

배우 한성용은 인터뷰 내내 영화 ’연평해전’ 속 이 병장이 전하는 의미를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역할을 연기한 자신이 아닌 영화 속에서 이 병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많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말이다. 자신을 내보이기보다 역할의 의미를 보여주고자 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연평해전은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이디언 인터뷰 한성용 2부에서는 그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그의 삶의 스토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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