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기자] “얼마인지 모르고 들어갔다가 비싸서 다시 나오는데 너무 민망 했어요”
“가격 모르고 파마 했다가 가격 듣고 너무 놀랐어요. 돈을 안 낼수도 없고...”


“가격표시제 하면, 장사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먹고 살라는 겁니까”

 
2013년 1월 말부터 대형 음식점과 66㎡ 이상의 이·미용업소는 입구에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내야 하는 가격을 표시 하는 것이 의무화 된다.

미용실에선 앞으로 머리카락이 길다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추가요금을 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전에 서비스나 음식 가격을 확인한 후 음식점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내년 말일부터 적용되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 규칙에 따른 것이다.

현재 옥외가격 표시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바로 주유소다. 운전을 하다 주유소 입구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기름을 넣을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소비자 선택에 결정적인 요인을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 업체간의 경쟁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와 물가 상승이 견제 장치가 되는 것이다.

음식점이나 이·미용업소에 옥외가격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 설문 결과 소비자의 50%는 서비스 업소에 들어갔다가 가격을 보고 되돌아 나오는 등 불편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90% 정도는 가계 밖에 가격을 표시하는 것이 업소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기대가격보다 실제 가격이 다른 경우도 많고, 가격을 미리 외부에서 볼 수 있다면 소비자의 정보 접근권과 선택권이 강해지기 때문에 필요하다.”며 옥외가격표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서비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옥외가격표시제 시범업소
서울 동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안그대로 요즘 장사가 안되는데 정말 장사를 하라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집이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정말 좋은 고기 맛있는 고기를 파는건데, 단순히 가격만 본다면 사람들이 안 올거 아니냐. 상인들 다 죽으라는 소리 아니냐”며 경기 불황과 겹친 실태에 불만을 토로했다.

영등포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B씨 역시 “가격만 경쟁하라는 것은 싼 재료만 쓰고 인건비 줄이고 그러면 되는거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비싸다고 안 올 건데 누가 좋은 재료 쓰려고 하겠냐.”며 역시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대한미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어떠한 획일적인 가격 표시제는 정당하지 않다. 사용하는 제품이 다르고 말 그대로 서비스 업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정도가 모두 다른데 그냥 절대적인 가격 경쟁을 위해 표시 하라는 것은 불공정 한 것이다”라며 옥외가격표시제 의무화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복지부의 이번 발표 시행규칙은 업소의 실내 출입문, 창문, 벽면 등 업소 외부에도 가격표를 공개해야 한다. 가격표에는 재료비, 봉사료,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해 손님이 지불해야 하는 최종가격이 적혀 있어야 한다.

 
의무게시 서비스 품목은 이발소가 3개 이상, 미용업소는 5개 이상으로 정해졌다. 이발소의 경우 면도, 이발, 염색의 가격을 게시해야 하고, 미용업소는 컷트, 드라이, 염색 등의 가격을 게시해야 하는 것이다.

표시 규격은 297㎜×210㎜(A4 용지크기) 이상, 글자크기는 가로 6㎜, 세로 6㎜ 이상으로 정했다. 위반시 과태료 및 행정처분이 따르며, 이 명령도 지키지 않으면 위반의 정도와 횟수 등에 따라 50만∼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것으로 보여 해당 업계의 반발이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옥외가격표시제도의 시범 시행이 약 1년 전 정도 됐지만 그동안 업계와 정부 부처의 마찰은 만만치 않았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올바른 가격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취재진 역시 가격을 모르고 업소에 들어갔다가 비싼 가격을 보고 되돌아 나온 경험이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2.9%로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경제 불황 등을 고려한다면 소비자의 선택권과 영업점의 삶이 함께 고찰된 제도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와 다르게 서비스업은 숫자로 표현 할 수 없는 질적 서비스가 포함 되어 있다.
이런 부분을 가격에 어떻게 포함을 시킬 것인가. 만약 가격 경쟁에 승리하기 위해 업주들이 고용자들의 임금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高가격사랑’심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비싼 가격을 책정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함께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상인들을 위한 정책은 마련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일반 업소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카드 수수료부터 낮추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함이라면 상인과 소비자가 공존(共存)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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