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22일 메르스 확산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기뻐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주말부터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이 소강상태다. 진정 국면으로 들어간 것 같다”, “아주 다행이고 상쾌한 일”이라며 “끝까지 (메르스 종식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무성 대표도 “오늘 이 시간 현재로 확진자 172명, 사망 27명, 완치 퇴원 50명, 격리 대상자 3833명으로 급감하고 있고 반면, 격리 해제된 분들은 9331명으로 급증하고 있어 아주 다행”이라며 “전국민들께서 걱정하시던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고 지난 주말에는 애타게 기다리던 비도 제법 내려서 오랜만에 기쁜 마음”라고 전했다. 또한 “큰 불은 잡았지만 아직 진행 중인 상태에서 (환자 추적 등에) 한 치의 빈틈도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 메르스 여파로 한산한 병원(출처/시선뉴스DB)

그러나 당시를 포함해 현 상황은 전혀 나아진 점이 없다. 지난 2일 동안 일 3명씩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고(22일 6시 기준) 2명의 사망자가 더 생겼다. 메르스 감염 의심으로 격리한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격리자는 말 그대로 ‘의심’의 수준일 뿐 확진자가 아니다.

결국은 한 번에 확진을 받는 환자 수가 적을 뿐이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마저도 제대로 관리 하지 않으면 언제 또 삽시간에 퍼져나갈지 모르는 일이다.

또한 메르스 감염과 전파에 큰 영향을 준 삼성서울병원은 부분 폐쇄조치를 해제하려 했다가 확진자가 다시 나오면서 폐쇄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 만 명 이상의 방문자들을 전수조사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경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왜 종식에 대해 샴페인을 터뜨리는 발언을 한 것일까? 메르스의 전파는 정부대응의 큰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의 양이 줄었다는 작은 결과에 지나친 표현을 해 버렸다.

이는 이번 메르스 여파로 인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함이며 한없이 떨어지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성과를 강조한 것인데,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국민들의 불안감과 신뢰가 아직 바닥으로 가라 앉아 있어 별 공감은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해 발생했던 세월호부터 시작하여 국민들은 정부의 안전 대책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더불어 새로운 위협이 발생하면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각 부처는 국민의 신뢰를 모두 잃어버렸고, 이는 이번 정부, 즉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를 사상 최저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현 사태에서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을 어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한 감언이설로 현혹하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현재는 말 보다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인 것이다.

메르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정부는 소강상태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도 있지만 정부 역시 방심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메르스를 종식시키려면 메르스에 대한 대비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매뉴얼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메르스 여파로 한산한 마트(출처/시선뉴스DB)

현재 국민들이 위축되어 이동하지 않아 줄어드는 확진자를 보고 아무런 대책 없이 소강상태라고 선언하면, 이를 믿고 안심한 국민들은 다시 활동을 활발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또다시 접촉의 기회가 잦아지게 되어 감염은 진정세가 아닌 다시 폭발세가 될 것이다.

전염병이 돌 때는 정부는 지난 2003년 고건 총리가 사스를 대처한 것 처럼 강제력을 갖고서라도 최대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지지율이나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으로 애매하게 대응하다가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없게 되고 그 기간은 끝이 어딘지 모르게 흘러갈 것이다.

안전과 건강에 대한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울타리를 고치는 모습과 그 사건이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샴페인까지 일찍 터뜨리는 모습을 반복하는 것은 세금을 내면서까지 그걸 봐야만 하는 국민들에게는 매우 큰 고통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해 주면 국민들은 알아서 정부를 칭찬하고 지지할 것이다. 자화자찬을 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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